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15억원 이하 물건을 둘러싼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전체 낙찰률과 평균 응찰자 수는 줄었지만 감정가를 크게 웃도는 낙찰 사례는 잇따르며 중저가 물건 중심으로 수요가 압축되는 분위기다.
10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0.8%로 집계됐다. 지난 4월 100.5%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정가를 웃돌았다.
반면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52건에서 140건으로 줄었고 낙찰률도 48.7%에서 40.0%로 하락했다. 평균 응찰자 수 역시 7.5명에서 5.9명으로 감소했다.
경매 참여 지표는 둔화됐지만 일부 물건에는 응찰자가 몰렸다. 용산구 이촌동 성경아파트 전용 23㎡는 감정가 5억6000만원에 경매를 진행했고, 30명이 응찰한 끝에 10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보다 5억원 높은 가격으로 낙찰가율은 189.3% 수준이다.
성경아파트는 소형 아파트 자체보다 이촌동 입지와 토지지분, 정비사업 기대감이 낙찰가에 반영된 물건으로 풀이된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해당 물건은 전유면적 23.73㎡ 규모로 대지권 면적은 13.65㎡다. 3.3㎡로 환산하면 약 4.1평의 토지지분이 붙어 있는 셈이다.
감정평가서상으로도 건물보다 토지 가치가 압도적으로 크다. 해당 물건의 건물 감정가는 5600만원에 그친 반면 토지 감정가는 5억400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체 감정가 5억6000만원 가운데 토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한다. 응찰자들이 사실상 7평대 소형 아파트가 아니라 이촌동 땅지분에 가격을 매긴 것으로 보여진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해당 물건에 정비사업 기대감까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촌동 일대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향후 조합원 지위 인정 여부, 권리가액, 현금청산 가능성, 재건축 수익성 등이 입찰가 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다만 건축물대장 부존재 여부나 조합원 자격 인정 문제는 정비사업 단계에서 별도 판단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낙찰만으로 향후 권리 확보가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강서구 가양동 가양9단지 전용 49㎡도 감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매각됐다. 해당 물건은 감정가 7억5000만원보다 높은 9억5009만원에 낙찰됐으며 20명이 응찰해 낙찰가율 127%를 기록했다.
금천구 독산동 독산주공14단지 전용 76㎡는 감정가 6억49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높은 7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구로구 구로동 현대상선아파트 전용 64㎡도 19명이 응찰한 끝에 감정가 5억4500만원보다 높은 6억21만원에 매각됐다. 성경아파트처럼 정비사업 기대감이 붙은 물건뿐 아니라 10억원 안팎 구축 단지에서도 감정가를 웃도는 낙찰이 이어졌다.
15억원 이하 가격대는 일반 매매시장에서도 거래 비중이 높은 구간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15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지난해 1월 74.5%에서 올해 1월 79.1%로 늘었고, 2월 신고분 기준으로는 84.1%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대출 규제 이후 15억원 이하 주택은 기존대로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15억원 초과 주택은 대출 한도가 줄었다.
실제 거래 통계에서도 15억원 이하 가격대 쏠림 현상이 확인된다. 올해 2~5월 서울 아파트 거래 중 15억원 이하 비중은 81.6%로 직전 3개월 78.2%보다 3.4%p 늘었다. 같은 기간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20.7%에서 23.6%로, 6억~9억원 구간은 26.3%에서 28.7%로 확대됐다. 반면 15억~25억원 거래 비중은 15.1%에서 13.2%로 줄었다.
서울 매매시장에서 15억원 이하 물건 중심으로 거래가 형성되는 가운데 경매시장에서도 자금 접근성이 있는 물건에 응찰자가 붙는 흐름이다. 고가 아파트 진입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동시에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에 경쟁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10억~15억원 이하 구간은 원래 수요가 가장 많은 가격대"라며 "절대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물건에는 여전히 대기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다만 "특정 지역과 특정 물건에서 나타난 현상을 서울 경매시장 전체의 과열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