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숫자이지만 경제의 체온을 보여주는 가장 민감한 신호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560원을 넘어섰고, 시장은 이미 1600원 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번 고환율이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도체 호황과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는 힘을 잃고, 외국인 자금은 빠져나가고 있다. 원화를 떠받치던 기존 공식이 흔들리면서 환율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본지는 '환율 1600원의 그림자' 3부작을 통해 원화 약세의 구조적 원인과 시장의 변화, 그리고 고환율이 한국 경제에 남길 파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한국 경제의 3대 축인 가계·기업·은행에 비상등이 켜졌다. 고환율이 쏘아 올린 인플레이션 압력이 시장 금리를 밀어 올리고, 이것이 다시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복합위기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급등한 1525원에 개장했다. 지난 주말, 장중 1560원 선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구두개입 조치를 취한 이후 1510~1520원 선에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당국이 급한 불은 껐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1500원대 환율이 고착화되며 실물 경제 곳곳에 파열음이 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 물가도 소득도 갉아먹는 고환율 … 가계 부담 '눈덩이'
고환율 청구서가 가장 아프게 다가오는 대상은 '소비자의 지갑'이다.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자극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 부담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나 급증했다. 4월 당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미만이었음을 감안하면, 환율이 1500원대에 안착한 5월과 고점을 기록한 6월의 수입물가 상승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물가는 이미 9개월 연속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올해 2월 2.2%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2%대 후반을 기록하더니, 5월 들어서는 전월 대비 0.5%포인트(p)나 훌쩍 뛴 3.1%를 기록하며 서민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고환율의 영향은 물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원화 가치 하락이 이어지면서 달러 기준 국민소득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원화 기준으로는 4.6% 늘었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0.3% 증가에 그쳤다. 반도체 수출 호황에도 원화 약세가 소득 증가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한 것이다.
가계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보여주는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달러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감소했다. 고환율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국민의 실질 구매력까지 제약하고 있다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한국 경제의 3대 축인 가계·기업·은행에 비상등이 켜졌다. 고환율이 쏘아 올린 인플레이션 압력이 시장 금리를 밀어 올리고, 이것이 다시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복합위기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급등한 1525원에 개장했다. 지난 주말, 장중 1560원 선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구두개입 조치를 취한 이후 1510~1520원 선에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당국이 급한 불은 껐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1500원대 환율이 고착화되며 실물 경제 곳곳에 파열음이 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 물가도 소득도 갉아먹는 고환율 … 가계 부담 '눈덩이'
고환율 청구서가 가장 아프게 다가오는 대상은 '소비자의 지갑'이다.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자극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 부담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나 급증했다. 4월 당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미만이었음을 감안하면, 환율이 1500원대에 안착한 5월과 고점을 기록한 6월의 수입물가 상승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물가는 이미 9개월 연속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올해 2월 2.2%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2%대 후반을 기록하더니, 5월 들어서는 전월 대비 0.5%포인트(p)나 훌쩍 뛴 3.1%를 기록하며 서민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고환율의 영향은 물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원화 가치 하락이 이어지면서 달러 기준 국민소득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원화 기준으로는 4.6% 늘었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0.3% 증가에 그쳤다. 반도체 수출 호황에도 원화 약세가 소득 증가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한 것이다.
가계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보여주는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달러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감소했다. 고환율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국민의 실질 구매력까지 제약하고 있다는 의미다.
◆ 환율이 밀어 올린 금리 … 기업들 자금줄 비상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 불안과 기준금리 인상 우려는 즉각 채권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국고채 3년물 낙찰금리는 지난 8일 장중 4%대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전 거래일보다 5.8bp(1bp=0.01%p) 오른 연 3.940%에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이 3.9%대에서 마감한 것은 2023년 11월 3일(3.949%) 이후 약 2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말 2.953%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반년 만에 1%p 가까이 수직 상승한 셈이다.
국고채 금리가 뛰면 은행채와 이를 기반으로 한 고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물론, 일반 회사채와 신용대출 금리까지 연쇄적으로 오르게 된다. 당장 기업들의 돈줄인 회사채 시장도 비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량채로 꼽히는 회사채(무보증 AA-, 3년) 금리는 지난 1일 기준 4.406%까지 치솟으며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달 비용이 불어나자 기업들은 자금 확보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전체 회사채 발행 실적은 늘었으나, 기업들의 실질적인 자금 조달 창구인 일반회사채 발행은 4조1740억원으로 전월 대비 6070억원(12.7%)이나 줄어들며 넉 달째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기초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타격이 심각하다. 고환율로 인해 수입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이를 대기업 납품 단가나 소비재 가격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환율이 계속 오름세를 보인다면 체력이 약한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 환율 100원 오를 때 RWA 6조↑ … 은행 건전성 '경고등'
늘어난 환율은 은행권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지고, 이는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분모가 되는 위험가중자산(RWA)을 급증시킨다.
가만히 있어도 건전성 지표가 떨어지는 상황에 놓인 은행들은, 비율 방어를 위해 중소기업이나 가계로 향하는 대출 문턱을 대폭 높이거나 기존 자금을 회수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융권과 연합인포맥스 보도 등에 따르면, 외화자산 익스포저가 큰 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100원 오를 때 RWA가 6조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7일의 기준환율은 1450.80원으로 지난 8일 1546.50원과 비교하면 100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결국 건전성 방어를 위해 은행이 꺼내들 수 있는 가장 쉬운 카드는 위험자산 축소다. 우량 대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고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 대출부터 조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환율은 가계의 물가 부담, 기업의 자금난, 은행의 건전성 훼손이라는 전방위적인 결과를 낳는다. 이 같은 국면이 장기화될수록 각 경제 주체들의 부담도 누적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다음 달부터 서울외환시장이 사실상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이벤트가 실시간으로 환율에 반영되는 환경이 조성된다. 시장 접근성은 강화되겠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심야 시간대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 불안과 기준금리 인상 우려는 즉각 채권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국고채 3년물 낙찰금리는 지난 8일 장중 4%대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전 거래일보다 5.8bp(1bp=0.01%p) 오른 연 3.940%에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이 3.9%대에서 마감한 것은 2023년 11월 3일(3.949%) 이후 약 2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말 2.953%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반년 만에 1%p 가까이 수직 상승한 셈이다.
국고채 금리가 뛰면 은행채와 이를 기반으로 한 고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물론, 일반 회사채와 신용대출 금리까지 연쇄적으로 오르게 된다. 당장 기업들의 돈줄인 회사채 시장도 비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량채로 꼽히는 회사채(무보증 AA-, 3년) 금리는 지난 1일 기준 4.406%까지 치솟으며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달 비용이 불어나자 기업들은 자금 확보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전체 회사채 발행 실적은 늘었으나, 기업들의 실질적인 자금 조달 창구인 일반회사채 발행은 4조1740억원으로 전월 대비 6070억원(12.7%)이나 줄어들며 넉 달째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기초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타격이 심각하다. 고환율로 인해 수입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이를 대기업 납품 단가나 소비재 가격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환율이 계속 오름세를 보인다면 체력이 약한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 환율 100원 오를 때 RWA 6조↑ … 은행 건전성 '경고등'
늘어난 환율은 은행권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지고, 이는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분모가 되는 위험가중자산(RWA)을 급증시킨다.
가만히 있어도 건전성 지표가 떨어지는 상황에 놓인 은행들은, 비율 방어를 위해 중소기업이나 가계로 향하는 대출 문턱을 대폭 높이거나 기존 자금을 회수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융권과 연합인포맥스 보도 등에 따르면, 외화자산 익스포저가 큰 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100원 오를 때 RWA가 6조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7일의 기준환율은 1450.80원으로 지난 8일 1546.50원과 비교하면 100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결국 건전성 방어를 위해 은행이 꺼내들 수 있는 가장 쉬운 카드는 위험자산 축소다. 우량 대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고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 대출부터 조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환율은 가계의 물가 부담, 기업의 자금난, 은행의 건전성 훼손이라는 전방위적인 결과를 낳는다. 이 같은 국면이 장기화될수록 각 경제 주체들의 부담도 누적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다음 달부터 서울외환시장이 사실상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이벤트가 실시간으로 환율에 반영되는 환경이 조성된다. 시장 접근성은 강화되겠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심야 시간대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