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작구 소재 부광약품 본사. ⓒ부광약품
부광약품이 본업 회복과 신약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고 있다. CNS(중추신경계)사업 확대와 조현병·양극성 우울장애 치료제 '라투다'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회사 콘테라파마를 통한 RNA(리보핵산) 기반 신약개발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재무제표가 보여주는 현실은 조금 다르다. 성장은 이어지고 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후퇴했다. 성장의 질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시점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11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부광약품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77억원으로 전년동기 478억원에 비해 0.06% 감소했다.
주요 사업도 나쁘지 않았다. 전문의약품(ETC) 처방실적은 전년대비 8.7% 성장했다. 회사는 전략품목 커버리지 확대와 품절 해소에 따른 처방회복효과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CNS부문 처방이 36% 증가했으며 라투다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주요우울장애(MDD) 부가요법 적응증 확대를 위한 3상 임상시험계획(IND)까지 승인받았다. 기존 조현병과 양극성 우울장애 치료영역을 넘어 적응증 확대 가능성까지 확보하면서 중장기 성장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문제는 외형 성장과 달리 수익성은 감소했다는 점이다. 1분기 영업이익은 11억원에 그쳤다. 전년동기 30억원에 비해 63.3%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6.30%에서 2.31%로 하락했다.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영업이익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핵심은 원가다. 1분기 매출원가는 287억원으로 10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원가율 역시 전년 동기 56.2%에서 60.2%로 상승하며 같은 기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연구개발비는 45억원으로 전년동기 44억원에 비해 2.49% 증가하는 데 그쳤고, 판매비와 관리비는 같은 기간 134억원에서 133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판관비율의 경우 27.8%로 1분기 기준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회사가 비용 통제에 실패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영업이익 감소 대부분이 원가에서 발생한 것이다. 회사 역시 품절 대응을 위한 외주생산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재고자산 변동률에서도 확인된다. 재고자산은 545억원으로 전년동기 416억원에 비해 31.0% 증가했다. 1분기 기준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출 대비 재고자산 비중도 114%까지 상승했다. 제품 판매 속도보다 재고 증가세가 더 빨랐다는 의미다.
매출채권 역시 234억원에서 268억원으로 14.3% 늘어났다. 제품 판매 확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산과 재고 부담이 먼저 증가한 모습이다.
▲ 한국유니온제약 인수 추진 현황 및 예정 타임라인. ⓒ부광약품
수익성 감소의 배경에는 생산능력 문제가 있다. 최근 부광약품은 한국유니온제약 인수를 마무리하고 생산능력 확대 작업에 나섰다. 그동안 지적돼 온 생산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부광약품 안산공장은 생산능력 한계가 꾸준히 제기됐다. 생산능력 부족은 외주생산 증가로 이어졌고, 외주생산 확대는 다시 원가율 상승으로 연결됐다. 결국 현재의 수익성 악화는 판매 부진 때문이 아니라 생산구조에서 발생한 비용 증가 성격이 강하다.
재무구조 역시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1분기 유동부채는 1176억원으로 전년동기 352억원에 비해 3배 이상 뛰었다. 차입금(796억원)도 3년 연속 증가하면서 최근 10년 최고 수준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훼손된 것은 아니다.
자본 역시 3337억원으로 전년동기 2437억원에 비해 36.9% 확충되면서 부채비율은 40.6%, 차입금의존도는 23.8%까지 하락했다. 유동자산은 2996억원으로 전년동기 2064억원 대비 45.1% 증가하면서 최근 10년새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같은 기간 878억원에서 1144억원으로 30.3% 늘어났다.
이는 부광약품이 단순히 차입으로 버티는 기업이 아니라 성장 투자를 감당할 체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생산 인프라 확장에 나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관건은 앞으로다. 라투다 성장과 CNS사업 확대는 이미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 RNA 기반 신약개발 역시 룬드벡 공동연구와 콘테라파마 파이프라인을 통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궁극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은 신약 스토리가 아니다. 본업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지다.
한국유니온제약 인수 이후 생산효율이 개선되고 원가율이 정상화 된다면 부광약품은 '본업 성장'과 'RNA 기반 신약개발'이라는 두 개의 성장축을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 반대로 수익성 회복이 지연될 경우 한국유니온제약 인수 효과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커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광약품은 지금 신약개발기업을 변신하는 과정에 있지만, 시장은 아직 RNA의 꿈보다 원가율 60%라는 현실을 더 냉정하게 보고 있다"며 "생산효율 개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최근의 수익성 악화 역시 구조적 문제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광약품이 증명해야 할 것은 신약 가능성이 아니라 본업의 수익성"이라며 "CNS 성장과 생산 인프라 확대가 실제 이익 증가로 연결될 수 있을 때 비로소 RNA 기반 신약개발 가치 역시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