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2026년 6월 5일, 미국 뉴욕주 뉴욕의 나스닥 거래소 앞에서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소리치고 있다. 시위대는 일론 머스크의 기업 지배력 강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EPA/OLGA FEDOROVA
스페이스X가 증시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부상하면서 외환시장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청약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에게 신청 물량의 30% 수준만 배정 가능하다고 통보한 가운데, 대규모 환전 수요가 원화 약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외환당국이 이례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선 스페이스X 적정주가를 IPO 목표가보다 53% 낮게 제시하면서 기업가치 거품 논란까지 불거져 상장 초반 투자 과열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을 주관한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청약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에게 "물량이 제한돼 신청 액수의 30% 수준만 배정할 수 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확보했던 물량 상당수를 반납하게 된 데에는 외환당국의 요청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개입에 나선 배경에는 스페이스X 청약과 원화값 하락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다. 공모주 청약에 성공한 투자자들은 주식 대금 결제를 위해 대규모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한다. 글로벌 메가 기업 청약에는 단기간에 수조 원대 환전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 거품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스페이스X가 증시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고평가된 주식에 투자자금이 집중될 경우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는 스페이스X의 적정주가를 63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IPO 목표 가격인 135달러보다 53% 낮은 수준이다. 스페이스X의 적정 기업가치는 7800억달러(약 1200조원)로 평가했다. 스페이스X가 제시한 목표 기업가치 1조7500억달러(약 2660조원)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낮은 수준이다.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들은 스페이스X의 사업 계획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모닝스타는 "로켓 발사와 스타링크 우주 인터넷 등 본업의 가치는 주당 40달러 수준으로 견조하다"면서도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우주 AI 데이터센터 건설’ 문샷 시나리오가 성공할 확률은 7%의 기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주당 135달러에 이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스페이스X의 막연한 꿈에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스페이스X를 최대 보유 종목으로 둔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는 1조7500억달러 안팎의 목표 가치가 미래 가정에 기반한 것은 맞지만 "현실적인 성장 궤도에 근거한다"고 평가했다. 아크는 오히려 2030년까지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2조5000억달러(약 3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스페이스X 상장 초반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한 뒤 주가가 급락한 사례도 적지 않아 변동성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승차 공유 플랫폼 우버는 상장 후 1년만에 21% 하락했고, 메타플랫폼도 31%나 폭락한 바 있다.
미국 현지에서 고평가 우려와 변동성 경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국내 투자자들의 청약 열기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외환시장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공모주 청약 대금이 한꺼번에 달러로 환전돼 빠져나갈 경우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는 성장성만 놓고 보면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릴 만한 상징성이 있는 기업이지만, 현재 제시된 기업가치는 상당 부분 미래 기대를 선반영한 측면이 있다"며 "상장 초기에는 수급 쏠림으로 주가가 강하게 움직일 수 있지만, 환율 부담과 고평가 논란이 동시에 불거진 만큼 투자자들은 공모 흥행 분위기만 보고 따라가기보다 실제 배정 물량, 상장 후 유통 물량, 밸류에이션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