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대문구 소재 동아에스티 본사. ⓒ동아에스티
동아에스티가 연구개발 성과를 잇달아 공개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3월 단행된 조직개편 이후 내놓은 주요 메시지 대부분이 연구개발과 사업화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파이프라인 확대보다 연구 성과를 기술이전과 상업화 가능성이 더 큰 곳으로 집중하기 위한 전략 변화로 보고 있다.
12일 동아에스티에 따르면 최근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당뇨병 치료제 '다파프로'의 '포시가' 비교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다파프로는 당화혈색소(HbA1c) 개선 효과에서 포시가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으며 대사, 간, 신장 관련 주요 지표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확인했다. 포시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당뇨병 치료제다.
관계사 메타비아는 같은 학회에서 비만치료제 'DA-1726'과 MASH 치료제 '바노글리펠'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DA-1726는 고용량 임상 1상 투여 54일 기준 평균 9.1% 체중 감소를 확인했다.
이어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최근 호주 제약사 아로텍스와 호주·뉴질랜드 지역 기술수출(L/O) 계약을 체결하면서 글로벌사업 확대에도 나섰다. 현지 허가와 판매를 아로텍스가 담당하고 동아에스티는 완제품을 공급하는 구조다.
항암 분야에서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EGFR 분해제 'DA-4707' △CLDN18.2 'DA-3501' △CLDN18.2-HER2 이중표적 ADC 'ATS1002' 등 차세대 항암 파이프라인을 공개했다.
이달미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공개된 ADC 파이프라인에 대해 글로벌 빅파마들의 관심이 높았다"면서 중장기 기술수출 기대감을 전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오윤석 최고연구개발책임자(CSO) 부사장이 있다. 3월 영입된 오윤석 부사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선임심사관 출신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바이오텍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신약개발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허가와 규제 대응 경험을 갖췄다는 평이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좋은 타깃보다 실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인지를 먼저 살핀다"며 "개발 초기부터 시장 규모와 적용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초기 단계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면 빠르게 학회 발표를 진행하고 기술이전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파이프라인 확대나 연구 성과 축적보다는 사업화 가능성을 우선 고려하는 방향으로 연구개발전략이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 오 부사장이 합류한 이후 공개된 주요 메시지 역시 임상 자체보다는 시장성과 기술이전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ADC 조직재편도 같은 맥락이다.
동아에스티는 3월 연구혁신부문장을 맡았던 최형석 박사를 ADC 전문 자회사 앱티스의 대표로 선임했다. 최형석 대표이사는 동아에스티에서 ADC 연구과제를 담당하면서 앱티스와 협업해온 인물이다.
앱티스 이사회 역시 모회사 중심으로 재편됐다. 기존보다 동아에스티 측 인사 비중이 확대되면서 ADC 플랫폼을 독립 자회사가 아닌 그룹 차원의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은 "파이프라인 개발 속도를 높이고 연구개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AACR 파이프라인 소개. ⓒ동아에스티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같은 변화가 실적개선 국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에스티는 1분기에 '자큐보'와 '디페렐린' 등 도입품목 판매 확대를 바탕으로 외형 성장과 수익성 회복을 동시에 이뤄냈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1분기 매출은 별도 기준 1870억원으로 전년동기 1689억원에 비해 10.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0억원에서 107억원으로 53.7% 늘어났다.
이 가운데 전문의약품(ETC) 매출은 1440억원으로 전년동기 1173억원에 비해 22.7% 증가하면서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자큐보와 디페렐린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는 5월 원외처방액 75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P-CAB 시장 2위로 올라섰고, 디페렐린은 성조숙증 치료제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하며 신성장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동아에스티 실적을 자큐보와 디페렐린이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미 애널리스트는 "올해 실적 성장을 견인하는 품목은 자큐보와 디페렐린"이라며 "연간 1200억원 수준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도입품목 중심 성장의 경우 외형 확대에는 이바지하지만, 기업의 연구개발 경쟁력이나 기술가치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 도입품목 비중이 늘어나면서 원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1분기 원가율은 57.3%로 3년 연속 상승하며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차입금(4845억원)과 부채비율(98.7%) 역시 각각 10년 최고 수준까지 높아졌다. 유동비율(149%)의 경우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회사 관계자 역시 "1분기 도입품목 판매 확대 영향으로 매출원가율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회사가 최근 전면에 내세우는 자산은 도입품목이 아니라 DA-1726과 바노글리펠, ADC, 세노바메이트 등 자체 파이프라인과 플랫폼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실제 연구개발비(260억원)는 1분기 기준 2년 연속 감소했고 연구개발비율(12.8%) 역시 최근 4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연구개발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성과 가능성이 큰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도입품목 증가로 원가율이 높아졌지만, 판관비와 연구개발비 감소로 수익성은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최근 동아에스티 변화의 핵심은 이미 확보한 연구역량 가운데 사업화 가능성이 큰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고 이를 기술이전과 상업화로 연결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FDA 출신 CSO 영입과 ADC 조직개편, 기술이전 확대 역시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다만 연구개발비가 줄어든 가운데 이 같은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향후 검증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성 높은 과제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이 개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 저변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실제 동아에스티가 기술이전과 신약후보물질 연구 성과를 잇달아 공개하고 있지만, 아직 주가 흐름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 역시 4월 말 이후 소폭 하락세를 보이면서 연구 성과보다 향후 사업화 가능성을 지켜보는 분위기라는 평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은 자큐보와 디페렐린이 만들고 있지만, 최근 동아에스티가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되고 있다"며 "선택과 집중을 택한 R&D 전략이 실제 사업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스티렌'과 '자이데나', '모티리톤' 등이 동아에스티를 상징했다면 지금은 자큐보와 디페렐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며 "도입품목을 통한 외형 성장에 성공한 만큼 신약 상업화를 통해 다시 한번 성장국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