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외형상 눈부신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위를 기록했고, 5월 수출액은 877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도체·컴퓨터 수출이 각각 169.4%, 290.7% 급증한 덕분이다.
하지만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기록적인 수출 호조가 민생의 핵심인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하는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독주에 따른 착시에 취해 고용 구조 악화를 방치하면 내수 침체와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수출 역대 최고인데 취업자는 되레 감소 전환
14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912만명으로 1년 전보다 4만명 줄었다. 비상계엄 여파로 내수가 얼어붙었던 2024년 12월 이후 17개월 만의 감소 전환이다.
충격은 제조업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5월 제조업 취업자는 14만명 급감하며 23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감소폭은 2019년 2월 이후 6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반도체가 수출 독주를 주도하고 있지만 전체 제조업 고용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해 수출 호황의 온기가 고용 현장까지 스며들지 못하는 구조다.
청년층 고용 한파는 더 심각하다. 15~29세 청년 취업자는 25만5000명 감소해 코로나19 충격이 한창이던 2021년 1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청년 고용률은 43개월 연속 하락세다. 경제의 허리인 40대 취업자도 4만3000명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17만1000명 늘었다. 청년과 중장년 일자리가 줄어든 자리를 세금으로 만든 노인 일자리가 메우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AI의 역설 … 자본집약 산업은 일자리 만들지 못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은 대표적인 자본집약형 산업이다. 생산과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도 전통 제조업처럼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지 않는다. 반도체의 고용유발 효과는 제조업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AI 확산의 여파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취업자도 8만9000명 줄었다.
그 사이 철강·석유화학·건설 등 전통 산업은 중국의 추격과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5월 15대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자동차·철강 등 7개 품목의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현재 경기 회복을 선도하는 부문이 수출이고, 수출의 상당 부분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 호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가장 큰 경제 리스크 요인"이라며 "향후 과잉 공급에 따른 경기 급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기록적인 수출 호조가 민생의 핵심인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하는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독주에 따른 착시에 취해 고용 구조 악화를 방치하면 내수 침체와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수출 역대 최고인데 취업자는 되레 감소 전환
14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912만명으로 1년 전보다 4만명 줄었다. 비상계엄 여파로 내수가 얼어붙었던 2024년 12월 이후 17개월 만의 감소 전환이다.
충격은 제조업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5월 제조업 취업자는 14만명 급감하며 23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감소폭은 2019년 2월 이후 6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반도체가 수출 독주를 주도하고 있지만 전체 제조업 고용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해 수출 호황의 온기가 고용 현장까지 스며들지 못하는 구조다.
청년층 고용 한파는 더 심각하다. 15~29세 청년 취업자는 25만5000명 감소해 코로나19 충격이 한창이던 2021년 1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청년 고용률은 43개월 연속 하락세다. 경제의 허리인 40대 취업자도 4만3000명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17만1000명 늘었다. 청년과 중장년 일자리가 줄어든 자리를 세금으로 만든 노인 일자리가 메우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AI의 역설 … 자본집약 산업은 일자리 만들지 못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은 대표적인 자본집약형 산업이다. 생산과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도 전통 제조업처럼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지 않는다. 반도체의 고용유발 효과는 제조업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AI 확산의 여파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취업자도 8만9000명 줄었다.
그 사이 철강·석유화학·건설 등 전통 산업은 중국의 추격과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5월 15대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자동차·철강 등 7개 품목의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현재 경기 회복을 선도하는 부문이 수출이고, 수출의 상당 부분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 호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가장 큰 경제 리스크 요인"이라며 "향후 과잉 공급에 따른 경기 급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 1.5%선 위협 … "골든타임 놓치면 늪으로"
고용을 동반하지 않는 성장은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 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1.85%에서 올해 1.66%, 내년에는 1.52%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고령화와 노동 공급 감소, 생산성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서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인구 구조 변화와 노동 공급 감소가 잠재성장률 하락의 핵심 요인"이라며 "생산성 개선과 노동시장 개혁 없이는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구조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행 노동 제도가 기업들을 신규 채용 대신 자동화·설비 투자로 선회하게 만들고 있다"며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신산업 육성과 함께 노동시장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노란봉투법처럼 글로벌 기준·흐름과 괴리된 제도는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파업에 따른 경영 리스크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신규 국내 투자와 채용에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이어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며 "경영 판단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결국 투자와 일자리가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년 고용 부진은 지속가능한 일자리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존 일자리를 양질로 전환하는 노력과 함께 기업의 고용 책임을 높이고, 정부도 청년 예산을 늘려 기업들이 채용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AI와 첨단 산업의 발전이 인력 대체가 아닌 새로운 고용 창출로 이어지도록 정교한 정책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성장의 착시에 취해 구조개혁을 늦춘다면 오늘의 수출 기록은 내일의 고용 위기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이 지금을 'K자형 양극화'와 저성장의 늪을 막을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경고하는 이유다.
고용을 동반하지 않는 성장은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 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1.85%에서 올해 1.66%, 내년에는 1.52%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고령화와 노동 공급 감소, 생산성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서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인구 구조 변화와 노동 공급 감소가 잠재성장률 하락의 핵심 요인"이라며 "생산성 개선과 노동시장 개혁 없이는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구조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행 노동 제도가 기업들을 신규 채용 대신 자동화·설비 투자로 선회하게 만들고 있다"며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신산업 육성과 함께 노동시장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노란봉투법처럼 글로벌 기준·흐름과 괴리된 제도는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파업에 따른 경영 리스크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신규 국내 투자와 채용에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이어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며 "경영 판단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결국 투자와 일자리가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년 고용 부진은 지속가능한 일자리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존 일자리를 양질로 전환하는 노력과 함께 기업의 고용 책임을 높이고, 정부도 청년 예산을 늘려 기업들이 채용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AI와 첨단 산업의 발전이 인력 대체가 아닌 새로운 고용 창출로 이어지도록 정교한 정책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도체 호황이 만든 성장의 착시에 취해 구조개혁을 늦춘다면 오늘의 수출 기록은 내일의 고용 위기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이 지금을 'K자형 양극화'와 저성장의 늪을 막을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경고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