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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만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전체의 40%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퇴출이 지연되는 사이 정상기업의 투자와 고용마저 위축되며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5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한계기업 증가는 개별 기업의 부실 문제를 넘어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ICR)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으로, 영업이익만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장기간 이어진 기업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외부감사 대상 기업뿐 아니라 비외감 중소기업까지 포함한 행정 전수자료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분석이 부족했던 소규모 기업 부문까지 포함해 한계기업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분석 결과 특정 산업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질 경우 같은 업종 정상기업의 투자·고용 증가율은 0.14~0.18%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영향은 최대 2~3년간 지속됐다.
특히 자금 조달 여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더 컸다. 한계기업이 금융권 대출과 정책자금, 인력 등을 점유하면서 정상기업으로 자원이 원활하게 이동하지 못하는 이른바 '혼잡효과'가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경제 전체 차원에서도 비용이 적지 않았다. 한은은 한계기업의 25%를 정리할 경우 총요소생산성(TFP)은 0.20%, 부가가치는 0.35%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구조조정이 기업 부실 정리를 넘어 생산성과 성장률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규모가 큰 외감 한계기업의 영향력이 두드러졌다. 2023년 기준 전체 기업 총자산 가운데 외감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비외감 한계기업(2.3%)의 두 배 수준이었다. 금융부채 비중 역시 외감 한계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구조조정 지연이 금융시스템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동안 정부와 금융권은 경기 둔화와 고용 충격 우려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코로나19 이후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가 반복되면서 시장의 퇴출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까지 금융 지원에 의존해 생존하면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 간 거래 관계를 통한 부작용 가능성도 함께 지적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한계기업 퇴출 과정에서 정상기업의 약 0.3%가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나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악화된 기업과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을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재무지표만으로 구조조정 대상을 판단하기보다 기업의 사업성과 회생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경태 한은 경제연구원 차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가 어려운 한계기업 퇴출이 적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정상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보완 정책도 사전에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