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종 서울대병원장이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대한민국 의료의 최후 보루이자 보건의료 정책의 싱크탱크인 서울대학교병원이 기존 대형 병원들이 관행적으로 매달리던 '증축과 병상 확장'이라는 해묵은 패러다임에 종언을 고했다. 분절된 전국 단위의 의료 인프라를 지능형 디지털 기술로 촘촘하게 엮어 환자의 안방까지 의료 영토를 넓히는 역발상 혁신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5일 열린 제20대 백남종 신임 병원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필수의료 완결과 지능형 연결 의료를 골자로 한 미래 청사진을 발표하며 세계 초일류 병원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백남종 병원장은 필수의료 위기와 지역 간 의료 격차, 초고령 사회 진입 등 보건의료계가 직면한 전례 없는 파고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백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국민 건강의 최후 보루를 수호해야 할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대형 병원들의 역할은 단순히 병원 건물 안에서 환자를 맞이하는 1차원적 수준에 머무를 수 없다"며 "환자 유치만을 목적으로 무분별한 병원 확장에만 매달리는 구조적 소모전은 끝났으며 이제는 AI를 기반으로 분절된 인프라를 묶어 초격차 보건의료 생태계를 통합하는 전략적 사령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던진 개혁의 핵심은 명확하다. 그동안 대한민국 상급종합병원들이 경쟁적으로 쫓던 외형 성장 위주의 의료 공급 체계로는 더 이상 필수·공공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진단이다.
그 해법으로 제시된 전국 단위의 상생 거버넌스는 국립대병원과 공공의료기관,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유기적으로 묶어 "하나의 거대한 병원 체계(One-Hospital)"처럼 움직이게 하는 제20대 서울대병원장 체제의 핵심 축이다.
백 원장은 "고립된 의료 네트워크를 하나로 연결하는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작동해야만 중증 및 희귀질환 치료의 사령탑 역할을 완수할 수 있다"며 "중증·응급 의료진이 과도한 연구 부담 없이 환자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선제적으로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백남종호(號)가 선언한 '지능형 연결 의료'는 병원의 물리적 담장을 완전히 허무는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입·퇴원 단계에서 고위험군 환자를 선별한 뒤, 자택으로 복귀한 이후에도 스마트 모니터링을 통해 실시간 데이터를 추적하고 전문 의료진이 즉각 대응하는 전주기 연속 케어가 뼈대를 이룬다.
백 원장은 "환자가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진정한 의미의 돌봄과 연속적인 케어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집에서도 병원급 관리를 지속하는 ‘안방 병실화’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데이터 보안이 담보된 원내 통합 AI 플랫폼 "SNUH.AI"를 통해 진료와 행정을 지능형으로 자동화하고, 실시간 자원 관리 기반의 스마트 공간 재배치로 한정된 자원의 효율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 의학·공학 경계 허문 의사과학자 육성 … 공공성 중심 '기능 고도화'
백 원장이 천명한 패러다임 전환은 단순한 환자 수용 능력 확대를 위한 "양적 증축"을 멈추는 대신 국가 보건의료망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기능적 인프라 재배치"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전략은 서울대 기초연구와 본원의 임상, 분당의 디지털 헬스케어, 배곧의 첨단 스마트 재활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관통하는 초광역 바이오 혁신 에코시스템으로 구체화된다.
백 원장은 "의학과 공학의 경계를 허문 융합형 의사과학자를 집중 육성해 글로벌 유니콘 기업을 배출하고, 여기서 나온 수익을 다시 공공 난제 연구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가동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바이오 생태계 조성과 동시에 진행되는 하드웨어 인프라 확충 역시 철저히 '필수 중증 의료'와 '공공성 강화'라는 기능 고도화에 전적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수익성 중심의 무분별한 병상 확장을 지양하는 대표적 사례로 4인실 이하 병실을 93%까지 대폭 확대하는 서울대어린이병원 병동 리모델링이 첫손에 꼽힌다. 이와 함께 분당서울대병원의 대규모 수도권 감염병전문병원 및 임상교육훈련센터 건립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또한 중증 취약계층의 최종 치료를 전담할 서울시보라매병원의 안심호흡기전문센터 건립과 강남센터의 코호트 빅데이터 기반 생성형 AI 예방의학 플랫폼 구축이 맞물려 돌아간다. 서해안 권역의 필수 의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총 800병상 규모의 연구·진료 일체형 첨단 스마트병원으로 건립되는 배곧서울대병원 역시 2029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특히 백 원장은 "중앙 외상재활 거점인 국립교통재활병원의 외래 연계 확대와 국립소방병원의 재난·외상 특화 진료, 국내 최초 멀티 이온 치료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장중입자치료센터까지 촘촘한 국가 의료 네트워크를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남종 원장은 이러한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성공 조건으로 내부 기득권을 내려놓는 조직문화의 전면적 쇄신을 꼽았다. 
백 원장은 "내부 구성원과 국민의 두터운 신뢰를 얻기 위해 세대와 직역 간 칸막이를 허무는 수평적 조직문화 대전환을 이룰 것"이라며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지표를 공유하는 투명 경영과 지속 가능한 ESG 경영을 통해 대한민국 보건의료가 나아갈 세계 미래의학의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병원 확장 경쟁 대신 ‘지능형 연결과 초격차 생태계 통합’이라는 내실 경영을 선언한 백남종호(號)의 시도가 의료 전달 체계가 붕괴된 대한민국 보건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