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입구 ⓒ뉴데일리DB
유통 판이 바뀌었다. 쿠팡과 네이버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시장 주도권을 쥐는 사이 대형마트는 2012년 도입된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규제에 묶여 있다. 국회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과 의무휴업 완화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뉴데일리는 규제 형평성, 이커머스 경쟁 구도, 골목상권 반발 등 쟁점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대형마트 규제가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온라인 쇼핑 매출 비중이 60%를 넘어선 사이 대형마트 매출 비중은 8%대까지 밀렸다. 2012년 전통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된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규제가 현재 유통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고 온라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지난달 19일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유통이 시장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2012년 도입된 대형마트 규제 체계가 다시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관련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이 발의됐다. 두 법안 모두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5인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온라인 영업에 한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등은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2012년 도입됐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와 SSM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고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지정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이해관계자 협의를 거쳐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평일로 바꿀 수 있지만 여전히 공휴일 휴무를 유지하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
핵심 쟁점은 온라인 영업이다. 점포를 기반으로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대형마트는 심야 시간대 배송에도 제약을 받는다. 쿠팡, 컬리, 네이버 등 온라인 유통업체가 시간 제한 없이 새벽배송을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형마트 업계가 역차별을 호소하는 이유다.
대형마트는 산지 조달망과 오프라인 점포망을 갖추고 있다. 전국 매장을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면 신선식품 배송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현행 규제 아래서는 활용에 한계가 있다. 온라인 주문이라도 점포를 기반으로 이뤄지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 시장의 무게중심은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한 비중은 60.6%로 집계됐다. 반면 대형마트 비중은 8.1%에 그쳤다. 2021년 대형마트 비중이 15.1%였던 점을 감안하면 5년 새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 새벽배송 ⓒ뉴데일리DB
대형마트의 위축은 점포 수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총 점포 수는 2020년 412개에서 지난해 386개로 5년 새 6.3% 감소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기존 규제가 현재 시장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온라인 플랫폼은 시간 제한 없이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을 확대하고 있지만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점포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심야 배송에 제약을 받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논의를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여부에만 가둬서는 안 된다고 본다. 소비 구조가 온라인 중심으로 바뀐 만큼 오프라인 점포를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업시간 규제를 달리 적용하는 현행 체계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지역별 상권 구조가 다른 만큼 규제 완화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전통시장과 동네슈퍼, 대형마트의 역할이 지역마다 다른 데다 이해관계자 반발도 남아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온라인 영업 허용 범위와 의무휴업 조정 방식, 지자체 권한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진국 KDI 선임연구위원은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은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지역 유통 생태계의 상생구조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평일 전환은 주말 장보기 제약을 완화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대형마트의 집객 효과를 같은 상권 내 다른 업태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지역별 주말 소비 집중도와 온라인 소비 비중, 유통 접근성, 인구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