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6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가 근로자위원인 민주노총 이미선 부위원장의 발언을 들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1만2000원을 제시한 가운데, 업종별 지불 능력 차이를 반영하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의가 올해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영계는 음식점·숙박업 등 일부 업종이 현재 최저임금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하지만 노동계는 "노동자 차별"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논의했다. 이날 사용자위원들은 업종별 생산성과 지불 능력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최저임금 제도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숙박·음식업의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는 2800만원으로 제조업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업종별 인건비 부담 여력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숙박·음식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31.6%로 제조업의 8배가 넘는다"며 "일부 업종은 현재 최저임금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자영업자들의 경영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소매업과 숙박·음식업 대출 잔액은 356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에 더해 임대료, 원재료비, 배달앱 수수료 부담까지 겹치면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경영계는 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음식업에 한해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의 절반만 적용하는 시범안과 업종 간 최저임금 격차를 10% 이내로 제한하는 절충안까지 제시했지만 노동계 반대로 무산됐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본래 목적이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보장에 있는 만큼 업종별 차등 적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업종별 구분 적용은 노동자 차별"이라며 "특정 업종에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해당 업종 노동자들의 처우만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영계는 노동계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입장만 강조할 뿐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업종별 구분 적용은 특정 업종을 차별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생존 위기에 놓인 업종에 최소한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과 별개로 업종별 생산성과 지불 능력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현재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저임금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장들이 초단시간 근로자 채용이나 근로시간 쪼개기에 의존하는 현상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별 생산성과 수익 구조가 크게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 제도인지 고민할 시점"이라며 "현실을 반영한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임위는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결정한 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노동계의 대폭 인상 요구와 경영계의 차등 적용 요구가 팽팽히 맞서면서 올해도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