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뉴데일리DB
건설경기 한파가 지방을 넘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일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해 수도권 소재 건설업체 누적 폐업 건수는 750건을 돌파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건설경기가 고꾸라지기 시작한 2023년 수치를 넘어섰다.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공사비 부담과 미분양이 해소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차입금 이자 부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도 또다른 시한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키스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수도권 건설업체 폐업 건수는 755건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과 러·우 전쟁 직후 건설경기가 본격적인 내리막을 걷던 2023년 동기 722건을 웃도는 수치다. 전년 동기 667건과 비교하면 13.2% 늘었다. 업종별로 보면 종합건설업체 128곳, 전문건설업체 627곳이 올해 문을 닫았다.
특히 서울 소재 종합건설업체들의 폐업이 눈에 띈다. 2023년 1~6월 34건이었던 서울 종합건설업체 폐업 건수는 2025년 52건, 올해 59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건설사보다 규모나 재무 측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종합건설사 폐업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건설경기 침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5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1.5로 한 달 전보다는 6.3포인트(p) 올랐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줄폐업 불쏘시개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금리가 뛸 경우 2023년부터 차곡차곡 쌓인 차입금과 PF 대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건설사들의 숨통을 죌 수 있어서다.
이미 건설사들이 떠안은 이자 부담은 한계치에 이르렀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건설브리프'를 보면 외부감사 대상 건설사 가운데 44.2%는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표가 1 미만이면 번 돈으로 대출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 재건축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이번 조사에서 한계기업 86%가 중소 건설사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시공능력평가 순위 10~100위권대 중견 건설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컨대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19위)은 1분기 기준 이자비용이 319억원으로 영업이익(177억원)보다 많았다.
같은 기간 주택 브랜드 '파라곤'으로 알려진 동양건설산업(40위)은 이자비용 10억원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이자보상배율이 1을 하회했다. 대구 지역 건설사인 HS화성(47위)도 이자비용이 20억원으로 영업익(2억원)을 웃돌았다.
최근 미국·이란 휴전으로 중동 재건사업, 해외수주 회복 등 호재가 예상되고 있지만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중견·중소 건설사는 체감도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건설업계를 옥좼던 자재값 인플레이션 경우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단기간 내 원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A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국내 주택사업에 편중되지 않고 재무 여력이 있는 건설사만 살아남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며 "하반기 금리 인상은 건설업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지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4월 기준 부문별 세부지수는 동반 개선됐지만 자금조달과 자재수급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비용 상승과 금융여건 경색이 건설업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