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 출처=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에 서명을 마친 가운데, 지난 2월 중동 사태 이후 닫혔던 호르무즈 해협이 19일 개방될 전망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전 통항을 공언한 것과 달리 해운 업계와 국제기구는 물론 우리 정부도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해상에 남은 위험으로 실제 정상화까지 시차가 존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오는 19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해상 봉쇄 해제를 이행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각) 트루스 소셜에 "전 세계 선박들이여, 시동을 걸어라. 석유가 흐르게 하라! (Ships of the World, start your engines. Let the oil flow!)"라며 합의 성과를 자랑했다.
하지만 해운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안전이 100%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박을 섣불리 투입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발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7척에 불과하다. 전쟁 전 하루 평균 100척이 오가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은 조심스러운 상태다.
일본 3대 해운사 중 하나인 미쓰이OSK라인의 다무라 조타로 CEO도 "실제로 해협의 상황이 안전하게 바뀌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라며 "선사들이 안심하고 항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까지는 최소 수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 걸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해운사들이 멈춰 선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이다. 지난 4월 이란 외무장관이 해협을 전면 개방한다고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당국의 입장이 바뀌며 해협이 기습 폐쇄됐고, 이 과정에서 33척 이상의 선박이 다시 방향을 바꾸고 일부 선박은 총격을 받았다.
위험관리업체 EOS 리스크 그룹의 마틴 켈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면 용감한 선장이 필요할 것"이라며 "지금은 아무도 먼저 위험을 짊어지려 하지 않고 관망하는 현상이 지배적"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전경ⓒ연합뉴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전쟁 중 매설됐을 가능성이 있는 기뢰 등 위험 요소와 함께 수백 척의 선박이 동시에 쏟아져 나오며 발생할 혼잡도와 충돌 사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의 맷 라이트 분석가도 "신중한 선주들은 초기 통항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라며 "기뢰 유무가 완전히 확인되어 천정부지로 치솟은 해상 보험료가 하락하기 시작해야 진짜 운항을 고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 역시 신중한 입장이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미·이란 간 MOU 내용을 외교 경로로 파악 중"이라며 "실제 통항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기뢰 유무 등 해협의 전반적인 안전 상황, 개방 속도, 이용할 수 있는 항로 등 여러 사항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박과 선원 안전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의미다.
결국 미국과 이란의 극적인 종전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지만, 실제 해운업계가 체감하는 뱃길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발생 이후 정부가 선박 통항을 통제해 온 지역"이라며 "기업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이 아니고 정부의 구체적인 안전 지침과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