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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멈췄지만 중앙은행들의 긴축 시계는 다시 빨라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2년 9개월 만에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일본은행도 31년 만에 기준금리를 1%까지 끌어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번 회의에서 일단 숨을 고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와 고용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7월 금융통화위원회가 하반기 금융시장의 최대 분수령으로 부상하고 있다.
◆ ECB는 2년 9개월, 日은 31년 만의 1% … 바뀌는 중앙은행들
일본은행은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1995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가 1% 수준에 도달했다. 중동발 경기 둔화 가능성보다 물가 상승 압력을 더 큰 위험으로 판단한 결과다.
유럽도 방향을 틀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1일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년 9월 이후 약 2년 9개월 만의 인상이다. ECB는 올해 유로존 물가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0%로 상향 조정하며 물가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지만 긴축 경계심은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실제 행동에 나섰고 유럽도 금리를 올렸다. 주요 중앙은행들의 관심이 경기 부양보다 인플레이션 억제로 다시 이동하는 모습이다.
국제금융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최근 5%를 넘나들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은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여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물가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르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연합뉴스
◆ 美는 동결 유력 … 워시가 던질 메시지 주목
17~18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핵심은 금리 자체보다 메시지다. 시장은 기준금리가 현행 연 3.50~3.75%에서 유지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다소 진정되면서 연준도 일단 상황을 지켜볼 여유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만 긴축 경계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4.2% 상승했고 에너지 가격은 23.5% 급등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6.5% 올라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비농업부문 고용도 17만 2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의 두 배를 웃돌았다. 물가와 고용이 동시에 강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준이 섣불리 완화 기조로 전환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와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등 주요 인사들도 최근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금리선물 시장 역시 연말까지 추가 인상 가능성을 60% 안팎 반영하고 있다.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최근 5%를 넘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시장의 시선은 케빈 워시 의장의 첫 기자회견으로 향한다. 워시 의장은 그동안 중앙은행의 과도한 소통을 비판해온 대표적 매파 인사다. 그는 지난해 연설에서 "당시 연준의 예측은 형편없었다"고 지적하며 점도표와 포워드 가이던스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번 회의에서 예상보다 강한 물가 경계 메시지가 나올 경우 글로벌 시장금리와 달러 강세 압력도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신현송의 7월 … 시장은 이미 베팅 시작
국내에서도 긴축 압력은 커지고 있다. 신현송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와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 이달 창립 76주년 기념사까지 최근 한 달 사이 세 차례 공개석상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그는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시장에 강한 신호를 보냈다.
한국은행이 고민하는 변수는 복합적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장중 1561.5원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1400원대 후반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 역시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언제든 재상승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가계부채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가계대출은 한 달 새 9조 3000억원 증가했다. 2024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기타대출 증가액만 5조 3000억원에 달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과 증시 주변의 신용거래 확대가 맞물리며 금융안정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채권시장은 한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최근 3.94%까지 상승하며 기준금리 2.50%를 140bp 이상 웃돌고 있다. 시장이 사실상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내수 부진과 건설경기 침체는 여전히 부담이다. 반면 환율과 물가, 가계부채는 긴축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ECB와 일본은행이 먼저 움직였고 연준 역시 매파 기조를 유지할 경우 한국은행이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ECB와 일본은행이 실제 행동에 나선 상황에서 연준까지 매파적 메시지를 유지할 경우 한은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7월 금통위가 하반기 금융시장의 첫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