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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업 호감도가 2003년 조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60점을 넘어섰다. 저성장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AI(인공지능) 전환 국면에서 기업의 국가경제 기여와 기술 경쟁력에 대한 평가가 높아진 결과다. 
다만 윤리경영은 여전히 호감 기준선인 50점을 밑돌았다.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 인식이 과거의 반기업 정서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동시에 기업에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과 준법 경영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기업호감지수(CFI)’ 조사에 따르면 올해 기업호감도는 60.1점으로 전년보다 3.9p(포인트) 올랐다. 2003년 조사 이후 최고치다. 기업호감지수는 생산성·기술개발, 국제경쟁력, 경제성장 기여, 윤리경영, 기업문화, 친환경 경영, 지역사회공헌 등 7대 요소와 전반적 호감도를 종합해 산출한다. 기준점인 50점을 넘으면 호감이 비호감보다 많다는 뜻이다.
◇성장 기여 인정받은 기업 … 기술·수출 경쟁력이 호감도 끌어올렸다
올해 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평가 항목이 전년보다 개선됐다는 점이다. 상승폭이 가장 컸던 항목은 국제경쟁력이다. 국제경쟁력 점수는 2025년 59.5점에서 올해 66.2점으로 6.8p 올랐다. 친환경 경영은 50.7점에서 54.8점으로 4.1p 상승했고, 생산성·기술개발은 63.5점에서 67.1점으로 3.6p 높아졌다.
7대 지표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는 생산성·기술개발이었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AI와 친환경 전환에 대응해 온 기업 투자가 국민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을 단순한 이윤 추구 주체가 아니라 국가경제를 떠받치는 기술 경쟁의 주체로 보는 인식이 커진 셈이다.
기업에 호감이 가는 이유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응답자의 45.8%는 기업 호감 이유로 ‘국가경제 기여’를 꼽았다. 이어 일자리 창출 20.3%, 제품·서비스 만족 17.3%, 사회공헌활동 7.3%, 친환경 경영 실천 6.0%, 준법·윤리경영 실천 3.0% 순이었다. 국민이 기업을 평가할 때 여전히 성장, 고용, 제품 경쟁력을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의미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지난 24년간 기업호감도가 꾸준히 상승한 것은 저성장 위기 속에서도 우리 경제의 글로벌 위상 제고에 기여한 기업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라며 “친환경 경영과 기업문화 개선 등 사회적 가치 관련 지표가 동반 상승한 점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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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에도 윤리경영은 50점 아래 … 소비자는 평판을 산다
기업호감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취약점도 분명하다. 윤리경영 점수는 2025년 44.0점에서 올해 47.1점으로 3.1p 개선됐지만, 7대 지표 중 유일하게 50점을 넘지 못했다. 기업의 경제적 역할에 대한 평가는 좋아졌지만 준법, 투명성, 소비자 보호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비호감 이유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기업에 호감이 가지 않는 이유로는 준법·윤리경영 미흡이 22.9%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 보호 미흡 18.6%, 기업문화 개선 노력 부족 17.1%, 사회공헌 미흡 17.1%, 상생경영 미흡 15.7%, 친환경 경영 미진 8.6%가 뒤를 이었다.
기업 입장에서 이 지점은 단순 이미지 문제가 아니다. 소비 결정과 직결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를 때 기업 이미지와 호감도를 고려한다고 답한 비율은 86.3%에 달했다. 이 가운데 24.6%는 가격·품질보다 기업 이미지와 호감도를 우선 고려한다고 답했다. 기업 평판이 실제 매출과 시장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 변수로 올라선 것이다.
신현상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한국 기업들은 재무적 가치 측면에서는 비교적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고 있지만, 준법·윤리경영, 소비자 보호, 사회공헌 등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는 개선 여지가 있다”며 “기업에 대한 호불호를 구매 행동으로 연결 짓는 적극적 소비자가 많아진 만큼 기업도 사회적 책임에 맞는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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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역할은 더 커졌다 … 86%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야”
국민이 기업에 기대하는 역할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응답자의 85.6%는 기업이 사회구성원으로서 각종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같은 응답은 2024년 58.6%, 2025년 74.0%에서 올해 85.6%로 높아졌다. 반면 기업 본연의 경제적 역할만으로 충분하다는 응답은 14.4%에 그쳤다.
기업의 사회문제 해결 참여 수준에 대해서도 추가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응답자의 53.5%는 기업의 지속적인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9.4%,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응답은 7.1%였다. 기업 호감도가 높아진 만큼 기업에 요구하는 책임의 범위도 넓어진 것이다.
이는 기업 경영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신호다. 과거 기업 평판은 주로 제품 품질, 가격, 고용 규모, 수출 실적으로 평가됐다. 이제는 친환경 경영, 윤리경영, 소비자 보호, 지역사회 기여, 사회문제 해결 참여까지 함께 평가된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이제 선택이 아닌 시대적 요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며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자원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