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울 1, 2호기. (사진=한수원)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 건설 후보지로 대형 원전 2기는 경북 영덕군이,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는 부산 기장군이 각각 최종 선정됐다. 
정부가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면서 과거 원전 예정지와 기존 원전 인프라 지역이 다시 선택된 것이다.
신규 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17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이 발표했다. 
지난해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1400MW급 대형 원전 2기(총 2.8GW)와 700MW급 SMR 1기 건설 계획이 담겼다. 대형 원전은 2037~2038년, SMR은 2035~2036년 준공이 목표다.
이번 공모에는 대형 원전 부문에 경북 영덕군과 울산 울주군이, SMR 부문에는 경북 경주시와 부산 기장군이 신청해 경쟁을 벌였다.
평가는 부지 적정성,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 수용성 등 4개 분야(각 25점 만점)로 진행됐다. 세부적으로는 지진·지질 안정성, 해양환경 영향, 전력망 연계 비용, 부지 조성 여건, 주민 여론조사 결과, 지방의회 찬성률 등이 반영됐다.
평가 결과 대형 원전 후보지인 영덕군은 총점 91.01점을 받아 울주군(82.63점)을 큰 격차로 앞섰다. 영덕은 부지 적정성(23.20점), 환경성(21.80점), 건설 적합성(22.27점), 주민 수용성(23.74점) 등 전 분야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SMR 부문에서는 기장군이 87.11점을 기록해 경주시(84.56점)를 제쳤다. 경주가 환경성과 건설 적합성 부문에서는 다소 앞섰지만, 기장은 부지 적정성과 주민 수용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최종 선정됐다.
평가위원회는 영덕과 기장이 모두 주민 여론조사 결과와 입지 적정성 측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덕은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됐던 천지원전 1·2호기 예정지라는 점이 주목된다. 당시 한수원이 부지 일부를 매입하고 지질조사와 환경영향평가도 상당 부분 진행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사업이 백지화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영덕의 확장성도 강점으로 평가한다. 영덕군은 이번 공모 과정에서 원자로 4기까지 수용 가능한 규모의 부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전력 수요가 추가로 늘어날 경우 별도 신규 공모 없이 추가 원전 또는 SMR 배치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민 수용성 역시 영덕 선정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실시된 주민 여론조사에서 신규 원전 유치 찬성 비율은 86.18%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사회에서는 원전 건설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감소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SMR 후보지로 선정된 기장군은 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원전을 비롯해 기존 원전 산업 기반이 이미 구축된 지역이다. 송전망, 전문 인력, 협력업체 네트워크 등이 집적돼 있어 SMR 실증사업 추진에 유리한 입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선정은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첫 단계다. 앞으로 환경영향평가, 원자력안전위원회 인허가, 지역 협의 등 후속 절차를 거쳐야 실제 착공이 가능하다.
정부와 산업계는 반도체 공장,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기저전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신규 원전과 SMR 후보지가 모두 경상권에 집중되면서 수도권 전력 수요를 위해 비수도권 지역이 발전시설과 송전망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평가위원회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국가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세대를 위한 필수 과제"라며 "산업 생태계를 지탱할 기저 전원으로서의 역할과 지역 상생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최적의 입지를 찾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