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유성구 소재 큐로셀 본사. ⓒ큐로셀
[편집자주] 국내 바이오산업은 오랫동안 기술개발과 기술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시장은 기술수출 자체보다 이후 실제 가치실현으로 이어지는지에 더 주목하고 있다. 뉴데일리는 [K-바이오, 가치실현의 시간] 시리즈를 통해 국내 주요 바이오텍들이 기술을 기업가치와 현금흐름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기술수출과 마일스톤, 상업화와 로열티 등 K-바이오의 새로운 승부처를 짚어본다.
국내 첫 CAR-T 치료제를 허가받은 큐로셀이 또 하나의 관문과 마주했다. '림카토' 품목허가와 세계적 학술지 게재로 기술 검증은 마쳤지만, 시장은 여전히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심은 기술력보다 급여 적용과 실제 처방, 반복 매출 가능성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큐로셀은 CAR-T 치료제 림카토 상업화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림카토는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조판매 품목허가를 받은 국내 개발 42호 신약이자 국내 기업이 개발한 첫 CAR-T 치료제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는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림카토의 이번 허가는 단순히 하나의 신약 출시를 넘어 국내에서도 첨단 세포 치료제를 자체 개발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역량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핵심은 '개발'보다 '상용화'다. 큐로셀은 이제 기술을 증명하는 바이오텍에서 처방과 매출을 만들어야 하는 제약사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림카토는 큐로셀의 첫 제품이기도 하다. 큐로셀은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을 내지 못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77억원, 순손실은 86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이후 제품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던 큐로셀 입장에서는 림카토가 첫 매출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이 림카토를 단순한 신약이 아니라 첫 매출원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임상적 근거는 보강됐다. 큐로셀은 최근 림카토 임상 2상 결과를 미국혈액학회(ASH)가 발행하는 세계적 혈액학 학술지 'Blood'에 게재했다. 논문에는 독립심사위원회(IRC) 평가 기준 △객관적 반응률(ORR) 75.3% △완전관해율(CR) 67.1% △3등급 이상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 8.9% △신경독성 3.8% 등의 결과가 담겼다.
김건수 대표는 "이번 Blood 게재는 단순히 림카토의 임상 결과를 학술적으로 발표한 것을 넘어 큐로셀이 독자적으로 개발해 온 차세대 CAR-T 기술과 임상 개발 역량이 세계적 수준의 검증을 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Blood 게재는 단순 기술 홍보에 그치지 않고 상업화 관문과도 맞닿아 있다. 앞서 큐로셀은 주주서한을 통해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사과정에서 해외 공인학술지에 게재된 임상 논문자료가 요구됐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Blood 게재 논문을 공식근거자료로 확보해 7월 재심사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급여는 림카토 상업화의 첫 관문이다. CAR-T는 1회 치료비용이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 치료제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실제 처방 규모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허가를 받더라도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하면 병원 처방과 매출 발생 속도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시장 진입도 쉽지 않다. 림카토의 첫 적응증은 재발·불응성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 3차 치료다. 국내 대상 환자는 연간 약 6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미 노바티스 '킴리아'가 시장을 선점했고, 길리어드 사이언스 '예스카타'도 들어와 있다. 림카토는 새로운 시장을 여는 제품이라기보다 기존 처방을 일부 대체해야 하는 후발 CAR-T다.
한 CAR-T 개발사 관계자는 "CAR-T 처방은 몇몇 주요 병원과 핵심 연구자의 수용 여부가 중요하다"며 "국내 주요 병원에서 좋은 결과로 인정받으면 빠르게 시장에 침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급여 등재 이후 주요 병원에서 실제 처방경험을 쌓는 것이 시장 안착의 핵심이다.
증시 역시 기술 성과만으로는 움직이지 않았다. 림카토 허가 직후 6만원대까지 올랐던 큐로셀 주가는 6월 초 2만원대 후반까지 밀렸다. 이후 Blood 게재와 급여 재심사 기대감이 반영되며 3만원대 중반으로 일부 반등했지만, 허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이는 바이오 투자 기준이 달라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과거에는 임상 성공이나 품목허가 자체가 기업가치 상승으로 직결됐지만, 최근 시장은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수출도 계약 총액보다 마일스톤과 로열티 수령 여부가 중요해진 것처럼 신약 역시 품목허가 자체보다 급여 등재와 실제 처방, 매출 발생 여부를 확인하려는 심리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큐로셀은 국내 생산체계를 차별화 요인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승원 큐로셀 상무는 "림카토는 대전 CAR-T 전용 GMP 시설을 통해 제조 및 공급 기간(TAT)을 단축하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며 "연내 전국 30개 의료기관으로 치료센터를 확대해 국내 어디서든 투여 가능한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 한계를 넘기 위한 적응증 확장도 병행한다. 큐로셀은 성인 급성림프구성백혈병(ALL)과 전신홍반성루푸스(SLE) 등으로 림카토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SLE 대상 임상시험계획(IND) 변경 승인도 받았다. 일본 진출 역시 중장기 성장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큐로셀의 의미는 국내 첫 CAR-T 허가에 그치지 않는다. K-바이오가 기술을 실제 현금흐름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줄 첫 상업화 사례이기 때문이다. 큐로셀은 이제 허가가 아니라 처방과 매출로 평가받는 단계에 들어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 허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환자가 처방받고 건강보험이 비용을 부담하며 회사가 매출을 올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비로소 기술이 사업이 된다"면서 "국내 첫 CAR-T 치료제를 허가받은 큐로셀이 그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