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징주 기사의 파급력을 악용해 주식을 미리 사둔 뒤 기사가 나가면 팔아치우는 ‘선행매매’ 수법으로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전·현직 기자들과 주가조작 세력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금감원 특사경)은 특징주 기사를 이용해 부정거래를 자행한 주가조작 세력 총책 甲(공인회계사)과 현직 기자 乙 등 2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전·현직 기자 등 5명을 불구속하는 등 총 7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크게 '조직적 주가조작 세력 사건'과 '현직 기자 단독 사건' 등 두 건의 부정거래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회계사와 기자들의 조직적 공모…4년 8개월간 85억 챙겨
조사 결과, 공인회계사인 총책 甲은 특징주 기사가 배포되면 일반투자자의 대규모 매수세가 순간적으로 유입된다는 점을 노리고 지난 2020년 10월경 현직 기자들과 함께 주가조작 세력을 조직했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치밀했다. 총책 甲이 거래량이 적고 주가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특징주 기사 초안을 직접 작성하면, 공모한 현직 기자나 현금 등으로 매수한 언론사 기자들을 통해 특정 시점에 기사를 배포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주식 매수가 완료됐다는 의미인 "레디"라는 은어를 사용하며 기사 송출 타이밍을 조율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사가 보도되기 직전 본인 및 차명계좌로 주식을 미리 사들인 뒤, 기사 배포 후 주가가 급등하면 고가에 매도해 시세차익을 실현했다. 이들은 2025년 6월까지 약 4년 8개월 동안 무려 1,800여 건의 기사를 활용해 총 85.6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 기사송출권 악용해 '1분 뒤 보도, 3분 뒤 매도'한 독자 범행도
조직적 범행 외에 본인의 지위를 악용한 현직 기자의 단독 범행도 적발됐다.
범행 당시 모 언론사 기자였던 乙은 본인이 직접 기사를 원하는 시점에 올릴 수 있는 '기사송출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범행에 악용했다. 乙 역시 중·소형주를 타깃으로 호재성 특징주 기사를 직접 작성한 뒤 주식을 먼저 매수했다.
특히 乙은 주식을 선매수한 후 평균 1분 뒤에 기사를 보도했으며, 보도된 지 평균 3분 만에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乙은 이러한 수법으로 약 1년 10개월 동안 300여 건의 기사를 내보내며 총 7.5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선행매매 1건당 평균 200여만 원, 많게는 최대 3,823만 원의 이익을 올린 꼴이다.
◆ 금감원 "불공정거래 엄정 대응…'특징주' 기사 맹신 금물"
이번 사건은 지난 2025년 2월 금감원 조사국이 전·현직 기자들의 선행매매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은 금감원 특사경은 언론사 및 주거지 등 50여 곳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디지털포렌식 분석을 거쳐 이들의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금감원 특사경과 조사국은 "이번 사건처럼 자본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하고 선량한 일반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엄정하게 수사·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언론계 종사자들에게도 호재성 기사를 이용한 선행매매는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 엄벌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투자자들을 향해서도 "기사 제목에 '특징주', '테마주', '급등주' 등이 언급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묻지마 투자를 할 경우 주가조작 세력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대상 기업의 공시와 재무현황 등을 면밀히 확인한 후 신중하게 투자 결정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