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파업·총력 투쟁 (CG) ⓒ연합뉴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이 100일을 맞이한 가운데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노동위원회 판정이 잇따르면서 산업현장의 혼란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한화오션을 시작으로 원·하청 교섭 범위가 제조 현장을 넘어 급식·시설관리 등 간접 업무까지 확대되면서 경영계 부담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2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후 이달 12일까지 하청 노조 1151곳이 원청 434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소속 조합원 수는 16만3554명에 이른다. 
노란봉투법 시행 초기 공공기관을 덮쳤던 하청 교섭 공포의 늪은 이제 사기업으로 전이됐다. 실제 해당 법이 시행됐던 3월 10일부터 약 일주일간 중앙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사용자성 판단' 관련 사건 10건 중 9건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노동계가 법 시행 초기 공공 부문에서 '사용자성 판단' 사례를 쌓은 이후 사기업으로 총구를 돌리면서 전장이 옮겨졌다. 이 중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차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최근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 하청노조 10곳이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신청을 인용했다. 교섭을 요구한 조합원만 1675명 규모로 울산·아산·전주공장과 남양연구소는 물론 구내식당, 보안, 판매대리점 종사자들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에서도 비슷한 판단이 나왔다. 중노위는 급식·시설관리·통근버스 운영 등을 담당하는 웰리브지회에 대해 원청인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조선소 직접 생산공정뿐 아니라 지원 업무까지 원청의 교섭 의무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계는 이러한 결과를 계기로 원청 교섭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뿐 아니라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등 주요 제조업체를 상대로도 원청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제철 역시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노동위 판단이 나오면서 관련 재심과 후속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
▲ 중앙노동위원회 ⓒ임준환 기자
문제는 지노위 판단이 나오더라도 노사가 불복하면서 재심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에만 고려아연과 극동건설의 재심 사건이 진행되고, 오는 23일에는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옥천군, 보은군의 재심 사건, 24일에는 현대제철과 CJ대한통운의 재심 사건, 26일에는 울산시의 재심 사건 등이 예정돼 있다.
경영계는 지노위 초심에서 하청 노조의 신청이 기각됐던 사건마저 중노위 재심에서 뒤집히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중노위는 지난 4일 중흥토건·중흥건설의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이는 법 시행 후 지노위에서 나온 첫 기각 결정이었는데, 중노위에서 판정이 뒤집힌 것이다. 
이에 재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생산 공정을 넘어 급식·시설관리 등 간접 업무까지 확대되면서 원청의 어느 정도 관여를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으로 볼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화오션 사례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해석 지침과도 배치되는 결정"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경영계의 불만은 향후 법원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동위 결정에 불복하는 기업은 결정문을 송달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화오션 역시 중노위 결정에 대한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 갈등이 행정소송으로 비화할 경우 1심부터 항소심, 대법원 상고심까지 이어지면서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용자성 인정 기준을 보다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보완 입법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노동위원회 판단에 따른 법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관련 제도 정비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전날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주최한 '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현장은 무엇을 말하는가?' 토론회에서 "지난해 노란봉투법 입법을 앞두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 이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런 상황이 오면 법을 다시 바꾸면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며 "얼마나 문제가 더 커야 법을 다시 고치겠느냐"고 일갈했다. 
정 원내대표는 "최근 중앙노동위원회는 한화오션과 현대차에 대해 직접적인 생산공정뿐 아니라 급식이나 세탁 경비 등 간접적 지원 업무에 대해서도 원청 대기업이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판정을 내렸다"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노란봉투법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강력한 대안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