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구로구에서 바라본 도심 ⓒ서성진 기자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에 본격 착수하면서 보유세 인상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는 점을 근거로 증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학계와 시장에서는 단순 수치 비교만으로 세 부담 확대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유동성이 가계와 기업으로 유입될 것"이라며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보유세 부담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세제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나온 발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던 부동산 증세가 집권 2년 차에 본격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할 2027년도 세제개편안에 부동산 세제 개편 방안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고가 1주택자·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됐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완화된 제도들이다.
대표적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비율로, 문재인 정부는 이를 2018년 80%에서 2021년 95%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2022년 60%로 낮춘 뒤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다시 80%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초고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강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1주택자 종부세율은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0.5~2.7%가 적용되는데, 정부는 초고가 구간을 신설하거나 최고세율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강화할 경우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나타났던 '매물 잠김'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 주택 보유자들이 매각 대신 버티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늘어난 보유세 부담은 결국 전·월세 가격에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높이는 것은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출구를 막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문재인 정부 당시 나타났던 거래 위축과 임차비용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증세 논리는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OECD 평균보다 낮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SNS를 통해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0.15%로 OECD 평균(0.33%)의 절반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세제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 대한민국 조세' 보고서를 통해 국가별 보유세 실효세율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가마다 과세표준 산정 방식이 다르고 공시가격 반영 수준, 토지 포함 범위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부과하지만 일부 국가는 시장가격에 근접한 평가액을 적용한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들 역시 보유세 실효세율을 국가 간 공식 비교 지표로는 거의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처는 대신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이나 총조세 대비 보유세 비중이 보다 객관적인 비교 지표라고 설명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보유세 비율은 0.9% 수준으로 OECD 평균과 사실상 동일하다. 총조세 대비 보유세 비중은 4.9%로 OECD 평균인 3.8%를 오히려 웃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만 떼어놓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보유세 외에도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높은 국가에 속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취득세·인지세 수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양도소득세 역시 GDP 대비 0.66%로 세계 상위권에 속한다. 취득·보유·양도 단계의 세금을 모두 합친 부동산 관련 세수 비중은 미국과 영국 다음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동산 세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 세계와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높은 편이라는 게 객관적 지표로 나와있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이 서민들의 전·월세로 전가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세금을 더 높일 여유가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