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HBM4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양산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가 출시 4개월여만에 매출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맞춤형 반도체(ASIC) 시장 성장에 힘입어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의 차세대 메모리 사업도 빠르게 성장 궤도에 진입하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2일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출하한 이후 약 130일만에 누적 매출 10억달러(약 1조5400억원)를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 기준 HBM4 매출이 12억달러(약 1조85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HBM4는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핵심 메모리로 대규모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경쟁이 격화되면서 HBM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먼저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하며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린 것으로 평가된다. 제품 출시 이후 공급 물량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HBM 시장 내 점유율 역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HBM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58% 증가한 546억달러(약 8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를 9750억달러(약 1500조원)로 예상한 가운데 AI 메모리 분야가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엔비디아 중심의 GPU 시장뿐 아니라 브로드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며 ASIC 기반 HBM 수요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들 고객사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HBM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HBM4는 성능 측면에서도 전 세대 제품 대비 큰 폭의 개선을 이뤘다. 삼성전자는 코어 다이에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을 적용하고, 베이스 다이에는 4나노 로직 공정을 활용해 메모리와 파운드리 기술을 결합했다.
또 기존 HBM3E의 1024개보다 두 배 많은 2048개의 입출력(I/O) 인터페이스를 적용했으며, 초당 11.7기가비트(Gbps)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구현했다. 최대 속도는 13Gbps 수준까지 지원한다. 이를 통해 단일 스택 기준 최대 초당 3.3테라바이트(TB)의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하는데 이는 HBM3E 대비 약 2.7배 향상된 수준이다.
전력 효율 역시 이전 세대 대비 약 40% 개선해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AI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심화되는 데이터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데 HBM4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가 올해 하반기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Vera Rubin)' 출시를 준비 중인 가운데 HBM4 채택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향후 HBM을 대규모로 사용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7세대 HBM인 HBM4E 샘플을 세계 최초로 출하했다. 업계에서는 HBM4와 HBM4E가 향후 수년간 AI 서버 시장의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하며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보유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라는 점이 경쟁 우위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