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 체결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됐지만 국내 정유업계와 해운업계의 긴장감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60일간의 무료 통행 기간이 끝나는 8월 중순부터 이란의 통행료 부과가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원유 수급처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업계는 설비 한계와 물류비 증가라는 장벽에 부딪혀 딜레마에 빠졌다.
23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스위스 회담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항과 소통 채널 구축에 합의했다.
공개된 양해각서 5조에는 "이란은 60일 동안 아무런 비용 없이 양방향 자유 통항을 보장하며 향후 관리와 해양 서비스에 대해 오만 및 걸프국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명시됐다.
앞서 이란 페르시아만 해협청은 "60일간은 무료지만 이후 보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란이 무료 통행 기간 이후 수수료, 보험 수수료를 명분으로 선박 통항 관련 비용을 부과할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이란이 배럴당 1달러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국내 산업계는 연간 1조 1000억원 안팎의 추가 부담액을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수용 불가 방침을 명확히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22일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지금까지 통행료를 낸 적이 없고 허용해서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 제재 어려운 통행료 … 부각되는 원유 수입국 다변화 중요성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란의 통행료 요구를 법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 교수는 "통과 통항 문제는 UN해양법 협약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과 이란 모두 이 협약의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법적으로 책임을 묻거나 제재를 강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된 만큼 근본적인 수급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영석 교수는 "통항료가 부과되면 결국 선박의 기름값에 반영돼 원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원유 수입국을 다변화해 산유국 간 경쟁을 유도해야 중동 쪽에서도 가격을 내리거나 통항료를 받지 않는 등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중동 의존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최근 SK에너지는 현재 약 70% 수준인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을 장기적으로 50%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3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스위스 회담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통항과 소통 채널 구축에 합의했다.
공개된 양해각서 5조에는 "이란은 60일 동안 아무런 비용 없이 양방향 자유 통항을 보장하며 향후 관리와 해양 서비스에 대해 오만 및 걸프국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명시됐다.
앞서 이란 페르시아만 해협청은 "60일간은 무료지만 이후 보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란이 무료 통행 기간 이후 수수료, 보험 수수료를 명분으로 선박 통항 관련 비용을 부과할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이란이 배럴당 1달러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국내 산업계는 연간 1조 1000억원 안팎의 추가 부담액을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수용 불가 방침을 명확히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22일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지금까지 통행료를 낸 적이 없고 허용해서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 제재 어려운 통행료 … 부각되는 원유 수입국 다변화 중요성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란의 통행료 요구를 법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 교수는 "통과 통항 문제는 UN해양법 협약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과 이란 모두 이 협약의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법적으로 책임을 묻거나 제재를 강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된 만큼 근본적인 수급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영석 교수는 "통항료가 부과되면 결국 선박의 기름값에 반영돼 원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원유 수입국을 다변화해 산유국 간 경쟁을 유도해야 중동 쪽에서도 가격을 내리거나 통항료를 받지 않는 등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중동 의존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최근 SK에너지는 현재 약 70% 수준인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을 장기적으로 50%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 발목 잡는 설비 한계·물류비 … 여전히 어려운 탈중동
다만 현실적인 다변화의 벽은 여전히 높다.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지난 4월 25.4%에서 5월 19.9%로 감소했다. 반면 중동산 비중은 57%로 다시 반등했다.
다변화의 필요성이 부각됨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유사들이 중동산 원유를 포기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제설비 구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중질유를 처리하는 대규모 고도화 설비를 구축해 왔다.
중질유는 고도화 설비를 거치면 고부가가치 석유제품 생산 비중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미국산 경질유의 경우 국내 정유사들이 보유한 고도화 설비의 강점을 활용하기 어렵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중질유 대비 매력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류비 부담도 존재한다. 미국산 원유는 대서양에서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해 중동 노선보다 운송 거리와 시간이 2배가량 소요된다.
대체제로 거론되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역시 운송 기간이 중동에 비해 길고 원유 성질이 달라 정제 공정 최적화 작업이 별도로 필요하다. 단순히 수입처를 바꾸는 것만으로 중동산 원유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정제설비 구조상 중동산 원유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어렵다"며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원활한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인 다변화의 벽은 여전히 높다.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지난 4월 25.4%에서 5월 19.9%로 감소했다. 반면 중동산 비중은 57%로 다시 반등했다.
다변화의 필요성이 부각됨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유사들이 중동산 원유를 포기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제설비 구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중질유를 처리하는 대규모 고도화 설비를 구축해 왔다.
중질유는 고도화 설비를 거치면 고부가가치 석유제품 생산 비중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미국산 경질유의 경우 국내 정유사들이 보유한 고도화 설비의 강점을 활용하기 어렵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중질유 대비 매력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류비 부담도 존재한다. 미국산 원유는 대서양에서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해 중동 노선보다 운송 거리와 시간이 2배가량 소요된다.
대체제로 거론되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역시 운송 기간이 중동에 비해 길고 원유 성질이 달라 정제 공정 최적화 작업이 별도로 필요하다. 단순히 수입처를 바꾸는 것만으로 중동산 원유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정제설비 구조상 중동산 원유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어렵다"며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원활한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