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반납 (PG) ⓒ연합뉴스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매년 빠르게 늘어나면서 면허 관리 강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고령층 이동권 보장 문제도 맞물려 있어 일률적인 면허 반납 확대보다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보급 등 현실적인 대안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국토교통부와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70대 남성 A씨가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길을 걷던 모녀를 덮쳤다. 이 사고로 40대 어머니가 숨지고 10대 딸이 다쳤다.
하루아침에 하나뿐인 엄마를 잃은 소녀의 사연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뒤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가속 페달을 잘못 밟은 것 아니냐"는 추측부터 "연이어 발생하는 고령 운전자 문제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이냐", "일정 연령이 되면 면허를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쏟아졌다.
실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보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2021년 3만1841건에서 지난해 4만5873건으로 44.1% 늘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709명에서 843명으로 18.9%, 부상자는 4만4713명에서 6만3640명으로 42.3%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운전면허 소지 확대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운전면허 보유자는 2015년 229만명에서 2024년 517만명으로 9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전체 운전면허 보유자 가운데 고령운전자 비중도 이미 15% 수준에 달하며, 2050년에는 983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차량 돌진 사고와 페달 오조작 의심 사고가 반복되면서 면허 관리 강화 필요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면허 자진반납 지원 제도를 운용 중이다. 부산시는 70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지역화폐인 동백전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는 70세 이상 면허 반납자에게 20만원이 충전된 선불 교통카드를 제공한다. 인천시는 올해부터 지원 대상을 65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인천e음카드 10만원을 지급한다. 실제 운전 사실이 확인되면 10만원을 추가 지원해 최대 2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 교통안전교육 받는 고령운전자들 ⓒ연합뉴스
그러나 면허 반납 정책의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8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가 생각하는 적정 면허 반납 연령은 평균 78.2세로, 전체 응답자 평균인 71.8세보다 높게 나타났다. 정부가 2018년부터 면허 자진반납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참여율은 2%대에 머무는 것도 이 같은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고령운전자의 면허 자진반납이나 운전 범위 축소, 이에 따른 지원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 이 때문에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는 관련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도 최근 제도 정비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6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자진반납을 위한 국가 지원을 골자로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달부터 '고령자 면허 반납 촉진을 위한 지방공공단체 대책 효과 실증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면허를 반납한 고령자뿐 아니라 '면허 반납 예행 체험' 참여자도 대상에 포함했다.
면허 반납 예행 체험은 일정 기간 자가용 운전을 중단한 채 버스와 택시, 지역 교통서비스만 이용해 생활해 보는 방식이다. 고령자는 차량 없이 생활이 가능한지 직접 확인하고, 지자체는 지역별 이동 공백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주민 차량을 활용한 유상 교통서비스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해 고령자의 이동권 보장 여부를 함께 검증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면허 반납 확대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동권 보장이 선행되지 않으면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전방충돌방지보조(FCA), 차선유지보조(LKA), 자동긴급제동장치(AEB),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보급 확대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고령자의 이동권과 교통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동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는 본래 운전이 어려운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개발된 만큼 상용화가 본격화되면 고령 운전자의 자가 운전에 따른 교통사고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자율주행 시스템이 완전히 도입되기 전까지는 보다 실효성 있는 면허 반납 유인책과 함께 고령자 스스로 운전을 자제해야 한다는 인식을 높이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