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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서울 집값 상승과 '빚투(빚내 투자)' 확산을 국내 금융시스템의 핵심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주택시장 과열과 레버리지 투자 증가가 맞물리면서 금융불균형이 다시 쌓일 수 있다는 경고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실물경제 성장세 확대와 금융기관 복원력, 대외지급능력을 바탕으로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 재확대와 차입을 활용한 자산투자 증가,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부문 부실 확대 가능성은 주요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
◆ 집값도 주식도 빚으로 산다 … 금융불균형 다시 확대
금융안정 지표는 이미 경고음을 내고 있다. 금융시스템의 단기 불안 정도를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 5월 17.2로 주의단계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6.3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장기 취약성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도 올해 1분기 46.0으로 장기평균인 45.7을 웃돌았다.
가계부채도 다시 증가세다.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은 1993조 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전 주택매매가 늘어난 데다 주식 관련 대출까지 확대되면서 5월 이후 가계대출 증가폭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채무상환 부담은 일부 완화됐지만 취약차주는 늘었다. 올해 1분기 말 취약차주 비중은 6.7%로 지난해 3분기 말 6.4%보다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1.00%로 장기평균을 밑돌았지만 은행권 0.40%, 비은행권 2.26%로 업권별 격차는 여전했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한은의 경고는 더 직접적이다. 서울 등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높아지면서 매매가격 상승폭이 재차 확대되고 있고 전월세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가계대출 증가와 결합할 경우 금융불균형이 다시 누적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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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투 유인 커졌다" … 작은 충격에도 시장 흔들릴 수 있다
주식시장도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기업 실적 기대, 자본시장 제도 개선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동시에 변동성도 커졌다. 외국인 주식 매도와 대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상승장 이면의 취약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한은은 특히 레버리지를 활용한 주식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최근 증시 상승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신용융자 등 빚을 활용한 투자가 늘면 작은 충격에도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빚투 유인이 커지고 있다"며 "레버리지 투자가 늘어나고 변동성이 확대되면 투자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손실이 전이되는 외부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도 불안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 영향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상승했다. 올해 들어 6월 9일까지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는 833억 7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주식자금 순유출은 948억 1000만달러에 달했고 채권자금은 114억 4000만달러 순유입됐다.
다만 한은은 최근 원화 약세가 국내 경제 펀더멘털 훼손에 따른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주식 매도와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가 환율 상승의 주요 배경이며 향후 외국인 수급이 안정되면 환율 변동성도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장 부총재보는 "주가 상승폭이 상당히 가팔랐던 만큼 조정폭도 크게 나타난 측면이 있다"며 "시장에서는 펀더멘털 변화라기보다는 주가 급등에 따른 조정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금리인상 카드 다시 꺼낸 한은 … 비은행·자영업 리스크도 경고
한은은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도 명시했다. 한은은 2025년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를 2.50%로 유지해 왔지만 앞으로는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금리 상승은 양면성을 갖는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레버리지 수요를 줄여 금융불균형 축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도 있다. 한은은 대출금리 상승 시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되거나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비은행권 리스크도 주요 점검 대상이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상호금융·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자금조달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고 증권사와 여전사의 단기 차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부동산PF 리스크는 구조조정으로 과거보다 완화됐지만 일부 업권에서는 연체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영업 부문도 금융안정의 잠재 위험이다.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은 1095조 5000억원으로 전체 금융권 대출의 28.5%를 차지했다. 차주 수는 320만 1000명에 달했다. 온라인·비대면 소비 확산, 부동산업 대출 집중, 청년층 진입 감소와 고령 자영업자 부채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구조적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고령 자영업자는 소득 기반이 약한 반면 부채 부담이 높고 비은행권 대출 비중도 커 경영여건 악화 시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취약 자영업자에 대해 상환능력과 사업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선별적 금융지원과 채무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황건일 금융통화위원은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레버리지 투자 확대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며 "금융불균형 누증과 양극화 심화가 금융안정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가계부채와 비은행권 위험요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