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비트코인 가격 급등락이 코스피와 환율까지 흔들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이후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시장 간 연결성이 높아지면서 '코인발 나비효과'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한은이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과 미국 나스닥지수 간 상관계수는 2024년 초 0.1 미만까지 낮아졌다가 지난 9일 기준 0.40까지 상승했다. 상관계수는 두 자산의 움직임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동조화 정도가 높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트코인과 미국 기술주 시장의 동조화다. 비트코인 가격과 미국 나스닥지수 간 상관계수는 2024년 초 0.10 미만까지 떨어졌지만 지난 9일 기준 0.40까지 상승했다. 2022년 글로벌 긴축 국면 당시 기록했던 0.69보다는 낮지만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다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시와의 연계성도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과 코스피 간 상관계수는 지난 9일 기준 0.34를 기록했다. 나스닥보다는 낮지만 2024년 이후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은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현재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현·선물 ETF 거래가 허용되지 않았고 기관과 법인의 직접 투자도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 변화로 시장 참여자가 확대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기관 및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확대될 경우 가상자산 가격 변동 충격이 보유자산 평가손익이나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주식·외환시장 수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배경으로 ETF 자금 유입과 선물시장 레버리지 확대, 기업들의 대규모 비트코인 매집을 꼽았다. 과거에는 글로벌 유동성과 비트코인 반감기가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였지만 최근에는 ETF 자금 유입과 선물시장 레버리지, 기업들의 대규모 비트코인 매집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특히 선물시장 레버리지 확대는 가격 급등락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포지션이 누적된 상황에서 가격이 하락하면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이는 추가 매도를 유발해 낙폭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을 대규모로 보유한 기업 역시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기업 스트래티지는 지난 9일 기준 84만 5000BTC를 보유하고 있다. 한은은 가상자산 가격 하락 시 이들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보유 물량 매각 압력이 커질 경우 가격 하락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금융안정 차원의 변수로 지목됐다.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법제화되고 발행 규모가 확대될 경우 단기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는 것. 발행 잔액과 준비자산 구성, 환매 흐름 등을 체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가상자산 시장이 더 이상 독립적인 투자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주식·외환시장과 연결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제도권 편입이 확대될수록 비트코인 가격 변동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파급되는 '코인발 나비효과'도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가상자산 시장과 전통 금융시장 간 연결성이 과거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 기관과 법인의 참여가 확대될 경우 금융시장 수급과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