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이후 정부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시계가 다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부는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 호조'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다자간 통상 네트워크 편입 방침을 굳히는 모양새다.
그러나 99%에 달하는 높은 관세 철폐율과 검역 장벽 완화에 따른 농축수산업계의 반발이 거세 가입 신청 본격화에 앞서 국내 농가 보호와 피해 보전 등 '상생 대책' 마련이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CPTPP는 2018년 일본 주도로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호주·캐나다·멕시코를 비롯한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세계 GDP의 약 13%를 아우르는 거대 경제권이다. 협정의 핵심은 높은 관세철폐율과 강화된 비관세 장벽 규율에 있다. 단순한 시장 개방 협정을 넘어 역내 공급망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구조다.
정부가 CPTPP에 다시 시선을 돌린 배경은 복합적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 주도의 보호무역 기조와 중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이 맞부딪히면서 한국 기업들의 통상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사실상 무력화된 현실에서 다자 협력체에 편입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 관리 수단이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상황에서 CPTPP는 가장 강력한 대안"이라며 "CPTPP 가입에 따른 득실을 따지기보다는 가입하지 않았을 때의 기회비용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연합(EU)와 CPTPP 간 협력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만큼 향후 무관세가 될 경우 독일 등 유럽 제조업 강국과의 경쟁에서도 상대적 열위에 놓일 수 있다"며 "글로벌 생산기지가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는 흐름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CPTPP 역내 공급망에 편입되지 못하면 불이익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 수위도 달라졌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달 초 통상정책자문위원회를 주재하며 "통상 네트워크를 다변화하고 기업 애로를 직접 해소하는 공세적 통상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고, 이 자리에서 CPTPP 참여 추진 방안이 의제로 오르며 가입 방침이 굳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22일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적극 추진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참여국들과 긴밀히 논의 중이며 정부 방침도 이른 시일 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중단 상태였던 국회 보고 절차도 조만간 재개할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12일 한국 정부가 이달 말 국무회의에서 CPTPP 가입 신청 방침을 발표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CPTPP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하며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동시에 내놓아 사실상 추진 의지를 확인했다.
주변국 움직임도 한국의 결정을 압박하는 변수다. 필리핀이 최근 CPTPP 가입 절차에 속도를 내면서 동남아 국가들의 역내 편입이 빨라지는 양상이다. 한국만 관망할 경우 역내 공급망 재편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정부 내에서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농업이다. CPTPP의 관세철폐율은 99% 수준으로 기존 FTA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농축산물 검역 기준도 국가 단위에서 지역·구역 단위로 분할돼 사실상 검역장벽이 낮아지는 구조다. 쌀·과수·축산 등 국내 민감 품목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농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즉각 반발했다. 연맹은 성명을 통해 "수십 년간 이어진 개방 정책으로 농촌은 고령화됐고 식량자급률은 OECD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사상 최고의 농가 부채와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생존권 위기에 내몰린 농민들에게 CPTPP 가입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완전히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 문제 역시 민감한 변수다. 교도통신은 이 문제를 CPTPP 가입 협상과 분리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지만 국내 여론의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부 내부에서도 이 지점을 가장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일본 수산물과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로 가입 신청이 무산된 전례가 있다"며 "가입 추진이 본격화되면 농업계의 집단 반발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정부가 CPTPP 가입 추진의 명분을 살리면서 농업계 반발을 설득력 있게 해소할 수 있는 보완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충분한 피해 보전 대책과 농업 구조조정 지원, 민감 품목에 대한 협상 전략을 선제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가입 절차가 또다시 공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수도권 대학의 한 무역통상학과 교수는 "CPTPP 가입의 경제적 필요성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통상 협상은 결국 국내 정치의 수용성을 기반으로 한다"며 "정부가 농어민을 달랠 농업 피해 보전 대책 등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면 여론의 벽을 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99%에 달하는 높은 관세 철폐율과 검역 장벽 완화에 따른 농축수산업계의 반발이 거세 가입 신청 본격화에 앞서 국내 농가 보호와 피해 보전 등 '상생 대책' 마련이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CPTPP는 2018년 일본 주도로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호주·캐나다·멕시코를 비롯한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세계 GDP의 약 13%를 아우르는 거대 경제권이다. 협정의 핵심은 높은 관세철폐율과 강화된 비관세 장벽 규율에 있다. 단순한 시장 개방 협정을 넘어 역내 공급망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구조다.
정부가 CPTPP에 다시 시선을 돌린 배경은 복합적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 주도의 보호무역 기조와 중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이 맞부딪히면서 한국 기업들의 통상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사실상 무력화된 현실에서 다자 협력체에 편입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 관리 수단이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상황에서 CPTPP는 가장 강력한 대안"이라며 "CPTPP 가입에 따른 득실을 따지기보다는 가입하지 않았을 때의 기회비용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연합(EU)와 CPTPP 간 협력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만큼 향후 무관세가 될 경우 독일 등 유럽 제조업 강국과의 경쟁에서도 상대적 열위에 놓일 수 있다"며 "글로벌 생산기지가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는 흐름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CPTPP 역내 공급망에 편입되지 못하면 불이익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 수위도 달라졌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달 초 통상정책자문위원회를 주재하며 "통상 네트워크를 다변화하고 기업 애로를 직접 해소하는 공세적 통상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고, 이 자리에서 CPTPP 참여 추진 방안이 의제로 오르며 가입 방침이 굳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22일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적극 추진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참여국들과 긴밀히 논의 중이며 정부 방침도 이른 시일 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중단 상태였던 국회 보고 절차도 조만간 재개할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12일 한국 정부가 이달 말 국무회의에서 CPTPP 가입 신청 방침을 발표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CPTPP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하며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동시에 내놓아 사실상 추진 의지를 확인했다.
주변국 움직임도 한국의 결정을 압박하는 변수다. 필리핀이 최근 CPTPP 가입 절차에 속도를 내면서 동남아 국가들의 역내 편입이 빨라지는 양상이다. 한국만 관망할 경우 역내 공급망 재편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정부 내에서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농업이다. CPTPP의 관세철폐율은 99% 수준으로 기존 FTA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농축산물 검역 기준도 국가 단위에서 지역·구역 단위로 분할돼 사실상 검역장벽이 낮아지는 구조다. 쌀·과수·축산 등 국내 민감 품목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농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즉각 반발했다. 연맹은 성명을 통해 "수십 년간 이어진 개방 정책으로 농촌은 고령화됐고 식량자급률은 OECD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사상 최고의 농가 부채와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생존권 위기에 내몰린 농민들에게 CPTPP 가입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완전히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 문제 역시 민감한 변수다. 교도통신은 이 문제를 CPTPP 가입 협상과 분리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지만 국내 여론의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부 내부에서도 이 지점을 가장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일본 수산물과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로 가입 신청이 무산된 전례가 있다"며 "가입 추진이 본격화되면 농업계의 집단 반발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정부가 CPTPP 가입 추진의 명분을 살리면서 농업계 반발을 설득력 있게 해소할 수 있는 보완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다. 충분한 피해 보전 대책과 농업 구조조정 지원, 민감 품목에 대한 협상 전략을 선제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가입 절차가 또다시 공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수도권 대학의 한 무역통상학과 교수는 "CPTPP 가입의 경제적 필요성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통상 협상은 결국 국내 정치의 수용성을 기반으로 한다"며 "정부가 농어민을 달랠 농업 피해 보전 대책 등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면 여론의 벽을 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