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데일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초대형 국내 투자계획을 내놓을 전망이다. 양사를 포함한 그룹 차원의 투자 규모는 2000조원 안팎까지 거론된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생산축을 수도권·충청권에서 서남권으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28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 참석해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AI 관련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호남 반도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호남권에 전공정 팹 건설 계획을 제시하고, 충남 천안·온양 등에는 후공정 패키징과 첨단 소재·부품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SK하이닉스도 광주와 인근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거점을 조성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권에 전공정 팹이 들어서면 국내 반도체 산업지도는 크게 바뀐다. 지금까지 생산기지는 경기 평택·용인, 충북 청주, 충남 천안·온양 등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돼 있었다. 호남이 새 생산축으로 편입되면 반도체 생태계가 서남권까지 확장되는 셈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호남 투자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AI 반도체 수요가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와 고성능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장기 생산능력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기존 거점만으로는 전력과 용수, 부지 확보 부담이 커지는 만큼 새 후보지 확보가 전략적 과제로 떠올랐다.
투자 범위는 반도체에 그치지 않는다. SK는 울산을 시작으로 전국 5개 거점에 기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도 충청·영남권에서 패키징,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자부품 투자를 병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도체 생산능력과 AI 데이터센터, 전력·부품망을 함께 묶는 산업 재편이다.
정부는 이를 국가균형발전과 AI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겨냥한 프로젝트로 설명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 투자 압박 논란에 대해 강요나 지시가 아니라 전력·용수·용지·인프라·인력 양성 등 기업 환경을 조성하는 행정지도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관건은 숫자가 아니라 실행이다. 전공정 팹 1기에는 수십조원이 들어가고, 완공 뒤에도 수십년 동안 전력과 용수, 인력, 물류비를 감당해야 한다. 반도체는 수율과 납기, 고객 대응 속도가 경쟁력이다. 수도권과 충청권에 몰린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숙련 엔지니어를 어떻게 호남으로 확장할지가 핵심 변수다.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냉각 설비, 송전망, 재생에너지 조달, 지역 전력 수급까지 동시에 풀어야 한다. 반도체 팹과 데이터센터가 함께 들어서는 지역은 산업 유치 효과만큼 인프라 부담도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팹은 지역균형발전 구호로 지을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라며 “전력·용수·협력사·숙련 인력이 제때 붙지 않으면 수천조원대 투자계획도 기업 부담만 키우는 정치 이벤트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