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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으면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해법을 둘러싼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당국이 외평채 조기 발행과 구두 개입 등 가용한 카드를 총동원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급기야 30년 전 폐지된 '외환집중제'까지 학계에서 소환된 것은 그만큼 환율 해법을 둘러싼 고민이 깊어졌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고환율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 안정화 방안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조치가 환율 상승 속도를 완화하는 수준일 뿐 방향 자체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가용 카드 총동원에도 '요지부동'인 환율
외환당국은 환율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가용 정책 수단을 쏟아 내고 있다. 외국환은행을 대상으로 14년만에 외환공동검사를 실시하고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투기적 거래를 제한하는 한편, 20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조기 발행을 검토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1500원대 환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고 정상은 아닌 것 같다”며 공개적인 구두 개입에 나섰을 정도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고착화된 데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차익실현 순매도세가 이어지며 환율 상방 압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구두 개입이나 외평채 발행은 시장 심리를 일시적으로 달래는 효과는 있지만, 구조적인 달러 수급 원인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당국 대응은 환율 '상승 속도'를 제어하는 데는 의미가 있으나, 추세 자체를 하방으로 꺾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외환집중제' 소환 … 좁아진 정책 여력 방증
기존 정책 수단의 약발이 먹히지 않자, 학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금기시됐던 외환집중제까지 거론하기 시작했다. 실제 정책 도입 가능성보다는 당국의 대책 여력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위기감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외환집중제는 수출 대금이나 해외 영업으로 벌어들인 외화를 반드시 국내 은행에 매각하거나 예치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외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개발도상국 시절 운영하다 자본시장 개방과 외환 자유화가 본격화된 1990년대에 완전히 폐지됐다.
실행 방식은 기업 외화를 강제로 환전시키는 '매각집중제'와 지정 은행 계좌에 묶어두는 '예치집중제'로 나뉜다. 단기적으로 시장 내 달러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카드지만, 시장 원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초강수 규제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의 경제 규모와 자본시장 개방 수준을 감안할 때 외환집중제는 실익보다 부작용이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화를 강제로 묶는 순간 해외 투자자의 신뢰가 깨지고 자본 유출을 자극해 국가 신인도에 치명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극단 처방보다 시장 친화적 해법이 현실적
시장에서는 극단적인 규제 법안보다 외화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일 수 있는 시장 친화적 정책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미국 등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확대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 유도, 국민연금의 환헤지 전략 수정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언급된다.
외환집중제가 실제 입법이나 정책으로 추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자유시장 원칙에 역행하는 제도까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은 장기화된 고환율 국면에서 정책 선택지가 그만큼 좁아졌음을 보여준다. 규제 강화라는 섣부른 처방 대신 달러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구조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인 우리나라 특성상 기준금리 인상 외에 환율을 방어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카드가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당장 외환시장에 단기성 처방을 쏟아내기보다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보강해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