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대병원 전경. ⓒ전북대병원

단 한 명의 전담 교수 사직 의사 표명으로 인해 호남권 소아·필수의료의 최후 보루인 전북대학교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이 오는 7월 1일부터 운영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의료계는 이를 단순한 개별 병원의 인력 이탈이 아닌 '대한민국 분만 인프라의 도미노 붕괴'를 알리는 서막으로 규정하고 정부의 즉각적인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7월부터 전북은 물론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 태어나는 고위험 미숙아와 신생아들은 목숨을 담보한 채 타 지역 병원을 전전해야 하는 치명적인 의료 공백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병원 측이 연봉 상한선까지 없애며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었지만 지원자가 전무해, 지방 소아·필수의료망이 완전히 붕괴했다는 현장의 비명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이번 사태는 전북대병원 NICU에서 홀로 미숙아 의료를 전담해 오던 김진규 교수가 지난 28일 '분만 인프라 회복을 위한 정책포럼'에서 사직 의사를 공개 표명하면서 촉발됐다. 김 교수는 최근까지 주 90시간 근무, 50시간 연속 당직이라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견디며 호남권 고위험 신생아들을 지켰다. 

김 교수는 포럼 당시 "저도 정말 버티고 싶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시스템이 더 무너질 것 같았다. 칼을 품고 스스로를 찌르는 심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북대병원은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교원 연봉 상한선을 폐지하는 등 파격적인 행정적 처우 개선책을 내걸고 인력 충원에 나섰으나,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 필수·소아의료 기피 현상이 한 병원의 처우 개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

◆ 산부인과의사회 "호남권 붕괴 후 수도권으로 환자 쏠리는 3단계 충격 올 것"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번 전북대병원 사태가 가져올 파장이 3단계에 걸쳐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북대병원 NICU가 중단되면 호남권 미숙아 분만 수용 능력이 즉각 소멸하는 1차 충격이 발생한다. 이어 인근 예수병원 등 타 기관 의료진의 동조 사직을 유발해 광주와 전남·북을 통틀어 신생아 전담 교수가 '0명'이 되는 2차 충격으로 이어진다. 

최종적으로는 이로 인한 풍선효과 때문에 환자들이 수도권 거점 병원으로 대거 쏠리면서 이대목동병원 등 수도권 NICU까지 동반 파멸하는 3차 충격이 닥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사회는 사태의 시급성을 감안해 정부와 국회에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권 긴급조치 발동과 즉각적인 개입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호남권 잔존 인력에 대한 긴급 파견 및 민·형사 보호 패키지 발효, 중증 모자의료센터 호남권 1곳 이상 우선 배정, 분만수가 400% 현실화, 고의·중과실 없는 분만사고 형사면책 입법 등 5대 사항을 강력히 제안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분만은 한 사회가 다음 세대를 받아들이는 가장 기본적인 의료 행위인데, 이 기본이 무너질 마지막 골든타임이 지금"이라며 "정부는 숫자만 늘어난 거품 정책이 아니라, 임상 현장이 즉각 작동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단호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북대병원 측은 "김 교수가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해당 교수의 휴가 기간에도 분담 진료 체계를 가동해 당장 우려하는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상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