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은 상품이 나오기 전부터 뜨거웠다.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3월 두 차례(4·9일)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로 발동됐고, 빚을 낸 베팅을 보여주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연초 27조원대에서 가파르게 불고 있었다. 과열 신호가 분명한 국면에서 금융위원회는 4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쳐 2배짜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했다. '국내-해외 상장 ETF 간 비대칭 규제 해소'와 '글로벌 정합성'이 명분이었다. 심화 교육과 기본예탁금 1000만원이라는 진입장치를 달았지만, 달아오른 판에 고위험 상품을 얹은 결정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베팅의 칩은 곧 깡통이 될 수 있는 폭탄이었다. 기초자산이 12% 넘게 빠진 6월 23일 코스피는 910포인트 급락(-9.99%)해 지수 하락폭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은 하루 만에 평균 25%가량 폭락했다. 이날 급락엔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과 빅테크 과잉투자 우려 등 대외 변수도 겹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2배 레버리지는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날과 사흘 뒤인 26일에는 코스피·코스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고 코스피엔 서킷브레이커까지 걸렸다. 올해 서킷브레이커는 모두 5차례, 사이드카는 29차례(매수 15회·매도 14회)에 이른다.
판을 깐 당국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거래 쏠림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회전율이 한때 200%까지 치솟았고, 레버리지 구조상 연속 하락 구간에서 약 37%의 손실이 난 사례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90% 이상이라고도 했다. 그는 환율과 중동 사태 속에 출시를 서두른 측면이 있었다며 신고 수리 이후 막지 못한 것을 "개인적으로 후회한다"고 했다. 증권사 수수료만 늘리고 투자자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 구조라는 우려도 내놨다. 판을 설계한 당국 스스로 그 위험을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도 판을 키우는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 거래소는 6월 29일 상장하려던 개별주식 위클리옵션을 변동성 우려로 나흘 전 연기했지만, 정규장이 끝난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거래하는 애프터마켓은 9월 14일 예정대로 추진한다. 역시 '글로벌 경쟁력'이 명분이다. 위험하다며 파생상품 하나는 미루면서, 베팅 가능한 시간은 하루 4시간 더 여는 모순이다.
청구서는 이미 시장에 쌓이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6월 29일 37조8070억원으로 연초(27조4207억원)보다 38%가량 불었다. 반대매매도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들어 26일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1조41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미수금을 제때 갚지 못해 강제 청산당한 개인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경고등은 시장 밖에서도 켜졌다. 일부 운용사가 거래량을 부풀리려 유동성공급자(LP)에 자전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금감원이 들여다보고 있고, 감사원도 레버리지 ETF의 투자자 보호 실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금감원도 미수·신용 등 빚투 충격을 줄이기 위한 신용·레버리지 규제 방안을 금융위와 논의 중이다. 시장과 감독, 감사 영역에서 동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도박판에서 끝까지 돈을 버는 건 칩을 쥔 개인이 아니라 판을 깐 쪽이다. 운용사는 보수를, 증권사는 수수료와 이자를 챙기는 사이 손실은 고스란히 개인에게 남는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일은 그 자체로 나무랄 게 없다. 그러나 변동성이 연일 출렁이고 빚투가 역대급으로 불어난 지금, 당국이 할 일은 판을 더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벌여둔 판부터 추스르는 것이다. 도박판이 된 증시를 방치한 대가는, 늘 가장 약한 참가자가 가장 비싸게 치른다.
베팅의 칩은 곧 깡통이 될 수 있는 폭탄이었다. 기초자산이 12% 넘게 빠진 6월 23일 코스피는 910포인트 급락(-9.99%)해 지수 하락폭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은 하루 만에 평균 25%가량 폭락했다. 이날 급락엔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과 빅테크 과잉투자 우려 등 대외 변수도 겹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2배 레버리지는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날과 사흘 뒤인 26일에는 코스피·코스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고 코스피엔 서킷브레이커까지 걸렸다. 올해 서킷브레이커는 모두 5차례, 사이드카는 29차례(매수 15회·매도 14회)에 이른다.
판을 깐 당국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거래 쏠림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회전율이 한때 200%까지 치솟았고, 레버리지 구조상 연속 하락 구간에서 약 37%의 손실이 난 사례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90% 이상이라고도 했다. 그는 환율과 중동 사태 속에 출시를 서두른 측면이 있었다며 신고 수리 이후 막지 못한 것을 "개인적으로 후회한다"고 했다. 증권사 수수료만 늘리고 투자자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 구조라는 우려도 내놨다. 판을 설계한 당국 스스로 그 위험을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도 판을 키우는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 거래소는 6월 29일 상장하려던 개별주식 위클리옵션을 변동성 우려로 나흘 전 연기했지만, 정규장이 끝난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거래하는 애프터마켓은 9월 14일 예정대로 추진한다. 역시 '글로벌 경쟁력'이 명분이다. 위험하다며 파생상품 하나는 미루면서, 베팅 가능한 시간은 하루 4시간 더 여는 모순이다.
청구서는 이미 시장에 쌓이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6월 29일 37조8070억원으로 연초(27조4207억원)보다 38%가량 불었다. 반대매매도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들어 26일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1조41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미수금을 제때 갚지 못해 강제 청산당한 개인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경고등은 시장 밖에서도 켜졌다. 일부 운용사가 거래량을 부풀리려 유동성공급자(LP)에 자전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금감원이 들여다보고 있고, 감사원도 레버리지 ETF의 투자자 보호 실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금감원도 미수·신용 등 빚투 충격을 줄이기 위한 신용·레버리지 규제 방안을 금융위와 논의 중이다. 시장과 감독, 감사 영역에서 동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도박판에서 끝까지 돈을 버는 건 칩을 쥔 개인이 아니라 판을 깐 쪽이다. 운용사는 보수를, 증권사는 수수료와 이자를 챙기는 사이 손실은 고스란히 개인에게 남는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일은 그 자체로 나무랄 게 없다. 그러나 변동성이 연일 출렁이고 빚투가 역대급으로 불어난 지금, 당국이 할 일은 판을 더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벌여둔 판부터 추스르는 것이다. 도박판이 된 증시를 방치한 대가는, 늘 가장 약한 참가자가 가장 비싸게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