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은 기자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 개설 30주년을 맞아 부실·한계 기업을 신속히 퇴출하고 우량 혁신기업을 별도로 선별하는 '세그먼트 체계'를 도입하는 등 시장 구조개혁에 본격 착수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날부터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11월부터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에 태그를 부착하는 등 추가 정책을 함께 내놓았다. 거래소는 나스닥 사례를 참고한 세그먼트별 지수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1일 한국거래소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코스닥시장 개설 30주년 기념식을 열고 이 같은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 특위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코스닥시장은 1996년 7월 개장 이후 30년간 상장기업 수가 341개사에서 1827개사(2025년 말)로 늘었고, 시가총액은 7조 원에서 올해 1월 사상 처음 600조 원을 돌파했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개설 초기 222억 원에서 올해 14조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 1월 1000포인트를 다시 넘어선 데 이어 4월 27일 1226포인트를 기록하며 닷컴 버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융위 "이날부터 상장폐지 요건 강화…11월엔 저PBR 태그"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축사에서 "부실·한계 기업들이 시장 전반의 신뢰를 훼손하고 우량 기업까지 저평가받게 만든다"며, 이날부터 동전주·시가총액 기준 등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집중관리기관을 통해 부실 기업을 신속히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1월부터는 저PBR 기업을 공표해 저PBR 태그를 부착하거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우량기업 육성책으로 △세그먼트 분리를 통한 대표기업 선별과 연계 ETF 개발 △2조원 이상 세컨더리 펀드 조성 △대형 IB의 모험자본 공급 의무 등을 제시하며 "다른 시장으로 이전할 이유가 없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코너스톤 투자자·사전 수요예측 제도 도입, 중복상장 원칙 금지, 주가조작 합동대응단 확대 등 투자자 보호 방안도 내놨다. 그는 "코스닥의 체질 개선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며 "정부의 정책 노력, 거래소의 책임 있는 시장 운영, 기업의 성장 노력이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상장폐지 88개사 전망…동전주 퇴출 요건 이날부터 시행
코스닥 30주년 성과 및 로드맵'을 발표한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코스닥이 안고 있는 과제로 시장 신뢰 문제(좀비기업 퇴출 지연·불공정거래 악용)와 시장 가치 저평가 문제(우량·부실기업 혼재)를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퇴출 제도 강화와 세그먼트 도입이 제시됐다.
최 상무는 1000원 미만 이른바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규정을 신설하고 시가총액·매출액 등 퇴출 요건을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실질심사 절차는 합리적으로 촉진하되 불성실공시 이력 관리 기준은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제도 정비 효과로 상장폐지 결정 기업 수는 2021년 8개사에서 2025년 38개사로 늘었고, 올해는 88개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이날(7월 1일)부터 시가총액 200억 원 이하 동전주 요건이 적용돼 부실기업 퇴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 상무는 목표는 퇴출 자체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신뢰 회복과 상장기업의 책임감,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나스닥 모델 참고…"코스닥 안에서 제값 받는 시장으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세그먼트 체계 도입 검토다. 최 상무는 현재 코스닥은 우량 기업과 부실 기업이 혼재돼 투자자가 옥석을 가리기 어렵고 기관투자자의 접근성도 제약된다며, 우량 대표기업을 모은 '상위 코스닥 세그먼트'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세그먼트 기반 지수를 개발해 기관투자자에게 투자 기준을 제공하고, 코스닥 우량기업의 브랜드 효과를 높여 코스피 이전 상장 유인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위험 기업은 별도 관리군으로 분리하며, 세그먼트는 고정되지 않고 정기 재평가를 통해 이동이 가능하도록 운영된다.
최 상무는 자본시장연구원 조사를 인용해 최근 10년간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코스닥 기업들의 가장 큰 이유는 기업가치 평가 개선 기대였지만 실제로는 이전 상장 당해 연말 시가총액이 오히려 감소한 경우가 다수였다며, 중요한 것은 어느 시장에 있느냐가 아니라 그 시장 안에서 성과에 걸맞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참고 사례로는 나스닥이 제시됐다. 최 상무는 나스닥도 과거 'NYSE 2부 시장'이라는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나 2006년 시장을 글로벌 셀렉트·글로벌·캐피털 마켓으로 개편한 뒤 양 시장 간 이전이 대등해졌고, 최근에는 나스닥으로 가는 기업이 월등히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연구 용역, 자문단 운영, 공청회 등을 거쳐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금 코스닥에는 빛과 그늘이 함께한다며 외부에서 원인을 찾기 전에 우리 스스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개혁의 핵심으로 우량 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한계 기업은 즉시 퇴출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를 제시하며 부실기업 신속 퇴출, AI·방산 등 혁신기업의 기술특례상장 확대, 승강형 세그먼트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 특위 위원장은 '코스피는 잘 되는데 코스닥은 왜 그러냐'는 질문이 늘 있다며, 결국 실적이 중요하고 부실 기업과 혁신 기업을 구분해 내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정무위원회 간사는 영상 메시지로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환경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거래소는 한국IR협의회, 코스닥협회와 공동으로 이날부터 3일간 'KOSDAQ CONNECT 2026'을 개최한다. 코스닥 상장기업 100여 개사와 기관투자자, VC·증권업계 등이 참여해 일자별 테마에 따라 공동 IR을 진행하며, 올해는 코넥스 기업도 처음 참여한다. 첫날에는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HPSP, 실리콘투 등이 IR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