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생성이미지
정부가 과잉진료와 실손보험 누수의 주범으로 도수치료를 타깃으로 삼고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통제하기 위해 7월 1일부터 관리급여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시행 첫날부터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들이 치료 자체를 포기하고 인력 생태계가 와해되는 등 정책 목표와 실제 현장 사이의 간극으로 인한 혼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선별급여 내 신설된 관리급여가 적용되면서 기존에 의료기관별로 회당 수십만 원에 달하던 도수치료 단가는 1회(30분 기준) 4만3,850원의 단일 수가로 묶이게 됐다. 환자는 이 중 95%를 본인이 부담한다.
문제는 이번 제도가 의료기관의 규모나 난이도에 따른 '종별 가산'이나 인센티브 없이 상급종합병원부터 동네 의원까지 동일한 수가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임대료, 고정비, 중증 환자 처치에 따른 위험도 부담이 훨씬 큰 대형 대학병원 입장에서는 환자를 볼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대학병원 재활의학과는 최근 환자들에게 "7월 1일부터 도수치료 운영을 전면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기조에 따라 중증·희귀질환 중심으로 병상을 재편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가가 4만 원대로 폭락한 도수치료를 막대한 행정 비용과 인력을 들여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대학병원급이 선제적으로 인프라를 철수함에 따라 수술 후 고난도 재활이나 림프부종, 신경계 합병증 등으로 전문 도수치료가 필요한 복합·중증 환자들이 갈 곳을 잃고 개원가로 밀려나는 '의료전달체계 역행'과 '치료 단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도수치료 막히자 또 다른 비급여로… '페인 스크램블러' 등 풍선효과 기승
대형 병원들이 인프라를 포기하고 치료 문을 닫는 틈을 타 개원가를 중심으로 또 다른 꼼수 비급여를 유도하는 '풍선효과' 징후는 제도 도입과 동시에 즉각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도수치료의 채산성이 급격히 떨어지자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환자들에게 "도수치료와 효과가 비슷하다"며 통증 완화 의료기기인 '페인 스크램블러(최첨단 무통증 신호 요법)' 등을 적극 권유하고 나섰다. 이는 30분에 10만 원, 1시간에 20만 원 선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어 도수치료 통제로 인한 수익 감소를 고스란히 다른 비급여 항목으로 메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책 취지가 무색하게 환자들은 더 비싼 비급여 시장으로 내몰리는 셈이다.
정부와 유관 기관 역시 이러한 부작용을 예의주시하며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리급여 전환 이후의 실손보험 청구 추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도수치료 통제 이후 타 비급여 항목으로 청구가 옮겨가는 편법 행위나 허위 청구가 적발될 경우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 "타이 마사지 가격 이하" … 의사·물리치료사·간호사 팀워크 붕괴
이처럼 기형적인 비급여 풍선효과가 판치는 배경에는 현장 최전선에서 터져 나오는 극심한 반발과 자괴감이 자리 잡고 있다. 고도의 해부학적 전문 지식을 가진 면허 소지자의 의료행위를 일반 민간 서비스업 수준의 단가로 재단했다는 비판이다.
서울의 한 정형외과 개원의는 "강남의 민간 타이 마사지숍도 1시간에 7만~8만원을 받는데 자격을 갖춘 자의 행위를 타이 마사지 가격 이하로 후려쳤다"며 "이 수가로는 치료실 임대료와 장비 유지비는커녕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수가 통제는 단순히 물리치료사 개인의 고용 불안을 넘어 병원 내 보건의료 인력 생태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의사는 적응증 판별과 가이드라인 준수, 건보공단 시스템 입력 및 경과 관찰 기록 의무 등 행정적 로드가 수배로 늘어난 반면 리스크 대비 청구 수익은 사실상 전멸했다.
도수치료를 주력으로 하던 전문 물리치료사들은 즉각적인 임금 삭감 압박이나 권고사직 위기에 직면하며 면허권자의 전문성이 길거리 마사지사보다 못하게 취급받는다는 낙심이 팽배하다. 
외래 접수 단계에서부터 까다로운 선행치료 요건을 환자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간호 인력 또한 환자들의 거센 항의를 고스란히 감당하는 실정이다. 결국 의사의 처방, 간호 인력의 진료 보조, 물리치료사의 전문 시술로 이어지는 병원 내 팀워크가 4만원대 수가 족쇄에 묶여 통째로 와해되고 있다.
◆ '선행 치료 2주' 대못에 묶인 환자들 … 소아사경 등 치료 공백 불가피
강화된 진료 기준 역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심각하게 옥죄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환자가 도수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본 물리치료나 단순 재활치료를 최소 2주 이상, 4회 이상 먼저 시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증상 호전이 없을 때만 비로소 도수치료의 급여 청구가 가능하다.
의료기관은 환자별 시행 횟수와 치료 경과, 효과 평가 등을 낱낱이 기록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도수치료관리시스템’에 제출해야 한다. 올해 하반기(7월~12월) 동안 환자가 받을 수 있는 도수치료는 주 2회, 연간 총 15회(의사 소견 하에 최대 24회)로 제한된다. 기준 횟수를 초과하면 임의비급여로도 비용을 수납할 수 없다.
당장 영유아 사경 환아, 수술 후 집중 재활이 필요한 환자 등 의학적 필요성이 명확한 환자들까지 일률적으로 '2주 선행치료' 요건에 묶이면서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일부 보험사기를 잡겠다고 중증 환자의 치료권까지 박탈하는 과잉 규제"라며 제도 재검토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수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장 비용 구조에 대한 고려 없이 급진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대학병원부터 치료를 포기하는 파행이 시작됐다"며 "소아, 수술 후 재활 환자 등 임상적 가치가 명확한 환자군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예외 기준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료 공백의 책임은 고스란히 정부가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