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이빙 시뮬레이터.ⓒ현대차그룹
“밀리미터 단위의 방대한 도로 데이터를 리얼타임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는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입니다.”
1일 경기도 화성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만난 주행성능컨셉개발팀 관계자는 드라이빙 시뮬레이팅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수백 대의 시험차로 반복 주행을 거쳐야 했던 사양별 승차감과 핸들링 비교를 가상공간에서는 반나절 안에 검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남양기술연구소 R&D 디지털 전환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270도 곡면 스크린이 시야를 감싸고, 9개 프로젝터가 고주사율 영상으로 가상 도로를 구현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남양 주행시험장의 노면 요철, 과속방지턱, 아스팔트 질감까지 가상공간으로 옮겼다. 방대한 노면 데이터를 구간별로 나누고 차량이 달리는 위치 주변 정보만 불러오는 터레인 서버 방식을 적용해 실제 도로를 달리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에 발맞춰 현대차그룹의 신차 개발 공식이 바뀌고 있다. 전동화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으로 차량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실물 테스트 차량을 만든 뒤 문제를 찾아 고치는 기존의 개발 방식은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차량의 지능화가 가속될수록 오류 원인은 복잡해지고 시간과 비용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가상공간과 데이터를 활용해 주행 성능, 전장 오류, 치수 품질, 부품 개선 가능성을 먼저 검증하는 개발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남양기술연구소의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노바랩 ▲디지털 측정 센터(DMC)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AMSC)는 이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공간이다. 네 곳의 역할은 각각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실제 차가 나온 뒤 발견되던 문제를 개발 초기 단계에서 걸러내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문제 원인을 더 빠르게 좁히는 것이다.
▲ 노바랩의 와이어카.ⓒ현대차그룹
다음으로 찾은 노바랩은 2019년부터 진행해 온 와이어링 검증 업무를 AMS동 신축을 계기로 확장한 전장 검증 센터다. 차체 대신 ‘와이어카’를 테스트베드로 세워 차량 와이어링과 제어기, 센서 등 전장 부품을 실차 제작 전에 먼저 연결하고 기능 작동과 통신 오류를 확인한다. 연간 48개 검증 이벤트를 수행하며 평균 300여개 전장 부품과 500여개 커넥터를 다룬다. 
SDV 전환으로 차량 전장 구조가 개별 제어기 중심에서 통합제어기와 존 아키텍처 중심으로 바뀌는 점도 노바랩의 역할을 키우고 있다. 과거에는 기능별 제어기가 각각 역할을 맡았다면, 앞으로는 여러 기능을 하나의 통합제어기가 묶어 처리하고 각 영역의 제어기들이 고속 통신망으로 연결된다. 
노바랩 관계자는 “실차를 제작하면 와이어링과 전장 부품이 차체나 트림 안쪽에 들어가 업데이트나 검증이 어렵다”며 “실차 제작 전에 와이어링과 제어기, 센서 등 전장 부품을 먼저 구성해 기능을 검증하면 선행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디지털 측정 센터.ⓒ현대차그룹
세 번째로 찾은 디지털 측정 센터(DMC)는 단차와 간극 등 차량의 치수 품질을 데이터로 관리한다. 예를 들어 외관 갭과 단차가 맞지 않으면, 차량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풍절음, 누수, 도어 닫힘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차량 하부 구동계 조립 위치가 틀어지면 주행 중 소음이나 쏠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DMC는 차 한 대 기준 약 1000개의 직접 측정 포인트를 지정하고, 600~700개의 펑셔널 디스턴스 평가 항목으로 완성차 품질을 판단한다. 단순히 한 지점이 기준에 맞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부품 간 거리와 편차를 종합해 실제 조립 뒤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미리 걸러낸다. 자동화된 측정 프로그램과 평가 기준은 양산 공장으로도 이관돼 개발 단계에서 확보한 품질을 양산에서도 동일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찾은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AMSC)는 금형 없이 부품을 빠르게 제작하는 공간이다. 금속이나 플라스틱 소재를 한 층씩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설계 데이터만 있으면 복잡한 형상의 부품도 시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기존 방식처럼 금형을 새로 만들거나 수정하는 과정을 줄일 수 있어 개발 과정에서 부품 형상과 구조를 빠르게 바꿔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AMSC 관계자는 “금형을 새로 만들지 않아도 설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품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적층 제조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개발 과정에서 부품 형상이나 구조를 바꿔야 할 때 시제품 제작과 검증 주기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이를 신차 시제품 제작뿐 아니라 헤리티지 차량 부품 복원, 모터스포츠용 경량 부품, 단종 모델 A/S 부품 대응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