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 현장 모습.ⓒ연합뉴스

서울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가 같은 주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으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완화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 속도전에 나선 가운데 인허가 이후 관리처분·이주·착공 단계에서 재초환과 공사비,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후반 절차 변수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3일 서울시와 송파구 등에 따르면 강남구는 지난 2일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했다. 송파구도 지난 1일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했다. 강남권 대표 노후 단지 두 곳이 같은 주 사업시행인가 문턱을 넘었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된 강남권 대표 노후 단지다. 이번 인가에 따라 대치동 일대 24만3552.6㎡ 부지에 지하 6층~지상 49층 29개동, 5850가구 규모 대단지로 재건축된다. 공공임대 909가구와 공공분양 195가구도 포함된다. 서울시는 은마 재건축 사업시행계획 인가가 정비계획 변경 결정 고시 후 약 7개월 만에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사업은 관리처분계획 인가와 이주, 해체공사 등을 거쳐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잠실주공5단지도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서 후속 절차에 들어간다. 잠실5단지는 주택용지에 4942가구, 복합용지에 1469가구 등 총 6411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지상 최고 65층 아파트와 판매·업무·문화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계획이다. 조합은 올 하반기 감정평가와 분양신청을 거쳐 2027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두 단지 인가로 강남권 재건축 사업은 속도를 내게 됐지만 사업성 부담은 남아 있다. 사업시행인가 이후 조합원 분양신청과 관리처분계획 수립 과정에서 추정 분담금, 일반분양가, 공사비, 재건축부담금 산정 문제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재초환과 공사비 증액은 정비사업 후반부에서 조합과 시공사, 조합원 간 갈등으로 번진 사례가 적지 않다.

공사비 부담도 사업성 변수로 남아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2026년 5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7.67로 전월보다 0.40%, 전년 동월보다 5.07% 상승했다. 주거용건물지수도 전월 대비 0.31% 올랐다. 공사비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조합원 분담금과 정비사업 사업성 논의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와 공사비를 협의할 때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분을 어디까지 반영할지가 가장 민감한 쟁점"이라며 "인가 이후 조합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도 일정이 아니라 추가 분담금이다. 관리처분 단계에서 공사비와 일반분양가가 구체화되면 조합 내부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사비 증액이 정비사업 갈등으로 번진 사례도 적지 않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공사비 증액 계약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업단 갈등으로 2022년 약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됐다. 당시 공사비는 기존 2조6708억원에서 3조2294억원으로 늘어난 것을 두고 갈등이 커졌다.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원펜타스도 대우건설과 공사비 증액을 놓고 갈등을 빚은 뒤 시공사를 삼성물산으로 바꿨고, 이후에도 추가 공사비 보전 문제를 두고 일부 조합원이 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초환도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주요 분쟁 요인으로 꼽힌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2020년 관리처분인가 당시 서초구가 통보한 재초환 부담금이 1인당 4억200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1인당 7억~8억원 수준 부담금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정비업계 긴장감이 커졌다. 반포현대 등 준공 후 재건축 부담금 부과 절차에 들어간 단지에서도 자료 제출 거부와 가처분 검토 등 반발 움직임이 나타났다.

국회에서도 재초환 완화·폐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재건축부담금 부담을 일부 낮추는 법안과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발생한 초과이익 일부를 부담금 형태로 환수하는 제도다. 개발이익 환수와 주택가격 안정 취지로 도입됐지만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오른 상황에서 조합원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은마와 잠실5단지는 사업시행인가를 기점으로 재건축 절차의 7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인허가 속도와 별개로 재초환 부담금, 공사비 조정, 조합원 분담금 확정 등은 관리처분 단계에서 다시 쟁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공급 확대를 앞세운 재건축 속도전이 후반 절차로 넘어가면서 재초환 폐지·완화 논의도 다시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는 정비사업의 큰 관문이지만 조합원 입장에서는 관리처분 단계에서 실제 부담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며 "강남권 대형 재건축은 일반분양가와 공사비 수준, 재초환 부담금 산정 결과에 따라 조합원별 추가 분담금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인허가 이후에도 사업 속도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