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원·달러 환율이 1550원에 육박하는 등 고환율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에 14조9000억원 규모의 긴급 정책금융을 투입한다. 원부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은 매출이나 영업이익 감소가 없어도 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문턱도 대폭 낮췄다.
다만 환율이 이미 1550원 안팎까지 치솟은 이후에야 대규모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3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환율 등에 따른 경영애로 중소기업 긴급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금융과 무역보험, 세제 지원을 비롯해 중소기업의 환위험 관리 능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책을 포괄적으로 담았다.
정부가 긴급 지원에 나선 것은 원·달러 환율이 장기간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중소기업의 원가 부담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439.0원에서 올해 1분기 평균 1530.1원으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1549.4원까지 치솟았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62.7%가 고환율 피해를 '심각' 또는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특히 원부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입 중소기업은 조사 대상 기업 모두가 심각한 피해를 호소했다.
실제로 응답 기업의 71.2%는 원부자재 수입가격 상승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정부는 수출기업도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개선 효과보다 원부자재와 중간재 수입 비용 증가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우선 중동 정세 대응을 위해 마련했던 정책금융 가운데 미집행 예산 13조8000억원을 고환율 피해 기업 지원에 전환 투입한다. 여기에 신규 재원 1조1000억원을 추가해 총 14조9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향후 자금 수요에 따라 지원 규모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에는 고환율 피해기업 전용 지원 트랙이 신설된다. 지금까지는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이 10% 이상 감소해야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원부자재 수입 비중이 매출의 20% 이상인 기업이면 실적 감소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 대상이 된다.
긴급경영안정자금 규모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기존 2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두 배 확대된다.
수출입은행은 중소·중견기업 대상 위기대응 특별프로그램을 7조원에서 8조원으로 확대하고 금리 우대 폭도 최대 2.2%포인트까지 높인다. 이와 함께 조달금리 수준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3000억원 규모의 '고환율 극복 초저금리 상생대출'도 새롭게 도입한다.
산업은행은 최대 0.6%포인트, 기업은행은 최대 1.3%포인트의 금리 우대를 제공한다. 기술보증기금도 긴급경영안정보증 보증비율을 기존 95%에서 100%로 높이고 보증료 감면 폭도  0.3%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확대하기로 했다.
무역보험 지원도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수출 실적이 없는 중소·중견기업도 수입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내년 4월까지 보험료를 절반으로 낮춘다. 핵심 원자재 수입기업에는 무역보험공사의 수입자금 대출보증 한도를 최대 두 배까지 확대한다.
환변동보험 공급 규모도 1조2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늘리고 보험료 할인율은 15%에서 30%로 확대한다. 가입 대상 역시 일부 원자재 수입기업에서 사치재를 제외한 모든 수입기업으로 넓힌다.
수출바우처에는 고환율 피해기업 전용 지원 트랙을 신설해 100억원을 별도 지원하고 무역보험료 지원 한도도 한시적으로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확대한다.
세제 지원도 병행된다. 고환율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은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소득세, 관세 납부기한을 연장받을 수 있다. 납품대금 연동제에는 환율을 반영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지원하고 공공계약에서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도 보다 신속하게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긴급경영안정자금 전용 트랙과 보증 확대는 즉시 시행하고, 수출입은행 특별프로그램 확대와 초저금리 상생대출, 환변동보험 확대 등은 이달 중 순차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주환욱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관은 "고환율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최대한 신속하게 덜어줄 수 있도록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기업들의 애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필요할 경우 추가 지원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