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C녹십자. ⓒ뉴데일리 DB
GC녹십자의 2분기 실적은 외형 성장과 수익성 둔화가 엇갈릴 전망이다. 미국 면역글로불린(IVIG) '알리글로' 판매 확대에 힘입어 매출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혈액제제사업 확대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부담이 이익을 끌어내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심도 분기 실적보다는 알리글로의 미국 처방 확대 속도와 혈액제제·백신 중심의 글로벌 성장전략이 얼마나 빠르게 실적으로 연결될지에 쏠리고 있다.
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GC녹십자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5028억원으로 전년동기 5002억원에 비해 0.50%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73억원에서 210억원으로 23.2%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높은 기저와 미국 시장 투자 확대 영향으로 이익 개선이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2분기보다 하반기 실적 개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알리글로 판매 확대와 생산 효율 개선이 맞물리면서 그동안의 투자 성과가 점차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다.
올해 연간 매출은 2조387억원으로 전년대비 2.38%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91억원에서 747억원으로 8.1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순이익도 799억원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실적의 핵심은 알리글로다.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IVIG 시장인 미국에 본격 진출한 알리글로는 올해 1분기 매출 34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86억원에 비해 4배가량 성장했다. 회사는 2028년 연매출 3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상업화 전략도 구체화했다. GC녹십자는 미국 내 전문 유통사와 전문약국을 통한 직접 판매, 보험사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처방집 등재, 급여 적용 환자 확대를 판매 전략으로 제시했다. 인퓨전센터와 방문 간호 채널 등 현지 맞춤형 접근 전략도 병행한다.
미국 사업 기반도 강화되고 있다. GC녹십자는 ABO홀딩스 인수를 통해 미국 내 혈액원 8곳을 확보했고, 2026~2028년 알리글로 생산 관련 약 500억원 규모의 추가 설비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권준성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미국 IVIG 시장이 공급 부족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알리글로의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실적 개선의 중심에 알리글로를 두고 있다. 미국 처방 확대가 이어지면서 혈액제제 수출 증가가 외형 성장을 견인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고정비 부담이 완화하면서 수익성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미국 시장에서 처방 기반이 확대될수록 생산 가동률 상승과 함께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단기 수익성은 아직 개선과정에 있다는 평가다. 미국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과 공급 확대 과정에서의 원가 부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매출(4355억원)은 1분기 기준 10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매출원가(3127억원, +15.3%)와 연구개발비(414억원, +4.86%), 판매관리비(1110억원, +5.96%) 모두 증가세를 이어갔다. 원가율(71.8%, +1.19%p, 이하 전년동기대비) 역시 상승하면서 영업이익(117억원, +47.3%) 개선폭이 제한됐다.
재무구조 역시 성장 투자 과정의 흔적이 드러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407억원)은 전년동기 895억원에 비해 54.5% 감소하면서 1분기 기준 10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유동비율(124%, -11.4%p)도 10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차입금은 8063억원으로 전년동기 9240억원에 비해 12.7% 감소했고, 매출채권(3710억원, -7.68%)과 재고자산(8575억원, -2.14%)도 줄었다. 미국 혈액제제 생산 확대와 설비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차입 부담은 낮아졌지만, 단기 유동성 지표는 약화한 모습이다.
▲ GC녹십자 연구소. ⓒGC녹십자
시장에서는 큐레보 매각 효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GC녹십자는 5월 미국 관계사 큐레보를 일라이 릴리에 최대 15억달러 규모로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GC녹십자는 이번 거래를 통해 지분 매각대금뿐만 아니라 향후 마일스톤, 위탁생산(CMO), 매출 기반 로열티까지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일회성 투자이익을 넘어 장기적인 현금창출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이다.
허은철 대표는 해당 거래에 대해 "설립 초기부터 이어온 연구개발 투자와 협력 전략의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라며 "단순 투자 회수를 넘어 잠재적인 향후 사업들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 구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번 거래를 성장 선순환의 출발점으로 평가한다. 확보한 재원이 다시 성장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안동민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알리글로를 비롯한 고수익 제품 판매 호조로 전사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관계기업 지분 매각대금 유입으로 순차입금이 점진적으로 감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확보한 재원은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에 집중된다. 회사는 최근 핵심 연구개발 과제를 'THE FAB FIVE'로 선정하고 혈장분획제제와 백신, 희귀질환, 항암 분야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파이프라인 수를 무분별하게 늘리기보다 시장성과 사업성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재정비하며 연구개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백신사업에서도 글로벌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의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서면실사 승인으로 글로벌 조달 경쟁력을 높인 데 이어 차세대 수두백신 '배리셀라주'는 국내에서도 2도즈 임상 3상에 착수했다.
앱클론과의 차세대 인비보 CAR-T 공동개발, 자체 mRNA 플랫폼과 AI 기반 연구개발 확대, 독감 치료제 '페라미플루프리믹스주' 출시도 하반기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GC녹십자의 중장기 성장기반 구축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기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분기가 비용을 감내하는 분기였다면 하반기는 그 투자가 숫자로 검증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면서 "알리글로가 미국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큐레보 매각으로 확보한 투자 여력이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입증할 수 있을지가 하반기 GC녹십자의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