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무주택자 주거 안정을 내세운 공공지원 민간임대가 수억원대 현금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상품으로 변하고 있다. 경기 의왕에서 공급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보증금이 최고 7억원에 육박하면서 일반 전세대출을 받아도 입주자가 마련해야 할 자기자금이 2억원 안팎에 달한다. 정책 전세대출 기준까지 넘어서면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초기 자금 부담이 인근 민간아파트 전세 못지않게 커진 모습이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의왕청계역 시티프라디움 디하모니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추가모집에서 일반공급 전용 84㎡ 임대보증금을 6억9100만~6억9900만원으로 책정했다. 전용 71㎡ 일반공급 보증금도 5억9800만~6억1700만원 수준이다.

보증금이 6억9900만원인 전용 84㎡에 들어가려면 일반 전세대출을 받아도 상당한 자기자금이 필요하다. 일반 전세대출 상품도 보증금의 80% 이내로 취급되더라도 상품별 최대 한도에 걸린다. 카카오뱅크 전월세보증금대출 기준 SGI 상품으로 최대 5억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입주자가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돈은 1억9900만원이다. HF 상품 한도 4억4400만원을 적용하면 자기자금은 2억5500만원까지 늘어난다.

정책 전세대출 활용도 제한적이다. 디딤돌대출은 주택 구입자금 대출로 임대보증금 마련에 쓸 수 없다. 청년전용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임차보증금 3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고,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대출도 수도권 기준 임차보증금 4억원 이하 요건이 적용된다. 신생아 특례 전세자금대출 역시 수도권 임차보증금 5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다. 의왕청계역 시티프라디움 디하모니 전용 84㎡ 보증금은 이 기준을 모두 웃돈다.

의왕 백운밸리 리젠시빌 란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단지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414가구 청약 접수를 마치고 7일 당첨자를 발표한다. 정당계약은 오는 14~16일 진행된다. 모집공고 기준 일반공급 임대보증금은 전용 59㎡ 4억7500만~5억1000만원, 전용 74㎡ 5억6800만~5억9300만원이다.

전용 74㎡ 최고 보증금 5억9300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SGI 전세대출 80%를 적용해도 입주자가 마련해야 하는 자기자금은 1억1860만원이다. HF 보증 상품 한도 4억4400만원을 적용하면 자기자금은 1억4900만원 수준이다. 계약금 10%만 따져도 전용 74㎡ 최고 보증금 기준 5930만원이 필요하다.

인근 민간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와 비교해도 보증금은 낮지 않다. 백운밸리 리젠시빌 란트 전용 74㎡ 최고 보증금은 5억9300만원으로, 인근 백운밸리레이크포레4단지 전용 74㎡ 전세 실거래가를 웃돈다. 해당 단지는 지난 4월과 5월 각각 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보증금이 인근 민간 아파트 전세보다 4300만원 높은 셈이다.

의왕청계역 시티프라디움 디하모니 전용 84㎡ 최고 보증금도 6억9900만원이다. 인근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전용 84㎡는 지난 4월 6억3000만원, 6월 6억4745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시티프라디움 디하모니 보증금이 인근 민간 브랜드 아파트 전세보다 5155만~6900만원 높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민간 사업자가 공급하지만 택지, 융자, 세제 등 공공 지원이 들어간다. 10년 장기임대와 임대료 인상률 5% 제한이 적용되지만 일반공급 보증금이 인근 전세 실거래가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실수요자 초기 자금 부담은 줄어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주변 전세시세보다는 약간씩 가격이 높다"며 "택지, 융자, 세제 등 정부지원이 들어가는 임대주택인 만큼 시세보다는 다소 저렴해야 하는데 전세매물 부족이나 신축 이슈 등으로 가격부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등 장기간 임대가 가능하고 5% 임대료상한이 적용된다는 면을 제외하고는 매력도가 크지는 않은 것 같다"며 "일반공급비중에서 청년 신혼부부 등 공공지원민간임대의 특별공급 비중을 늘려 시세보다 다소 저렴히 공급할 수 있는 물량 비중을 조금 더 늘려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해당 사업이 민간사업이고 사업자도 10년이상 사업성을 보고 들어가는 거라 무조건 강제할 수 밖에 없어서 경쟁구조를 만들어줄 양질의 공공임대를 지속적으로 늘려줄 방법을 찾아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서민의 주거복지 차원이니까 시세보다 저렴한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지금은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간 차이 등이 종합적으로 적용되면서 전세 시장이 왜곡되고 있고, 전세 물량 자체가 없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