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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코스피가 8% 이상 폭락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최근까지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 업종의 모멘텀이 약화하고 있다는 해외 투자은행(IB)들의 경고까지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이 단순한 숨 고르기를 넘어 대세 하락장의 시작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투자자들의 자금이 반도체에서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기업)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분야로 이동하면서 반도체주의 상승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클 윌슨 미국 최고주식전략가가 이끄는 모건스탠리 팀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순환매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플랫폼 등 AI 생태계의 핵심 기업들은 기존 사업 기반이 탄탄해 투자 매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반면 올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 업종은 순환매 영향으로 당분간 신고가를 경신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반도체 업종의 조정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지난달 고점 대비 약 14% 급락했다. 다만 지난해 9월 이후로는 여전히 123% 높은 수준이다. 반면 UBS의 하이퍼스케일러 바스켓은 지난해 9월 이후 2% 하락하는 데 그쳤다.
로이터에 따르면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6월 한 달간 11% 상승한 뒤 최근 2주 동안 11% 넘게 하락했다. 단기간 급등 이후 차익실현과 순환매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지고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AI 투자의 최대 수혜주였던 반도체에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알파벳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이를 정당화할 만큼의 수익성이 아직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설비투자 규율이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윌슨 전략가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하이퍼스케일러는 이제 안정화할 것"이라며 "반도체주는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두 업종 간의 주가 흐름 차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열기가 식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AI 투자 수혜가 반도체에만 집중되는 국면은 지나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크론의 깜짝 매출 전망에도 반도체주 반등이 이어지지 못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통해 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지를 확인하려는 분위기다.
윌슨은 반도체에서 이탈한 자금의 수혜 업종으로 경기소비재와 운송, 바이오테크를 제시했다. JP모건의 미슬라브 마테이카 전략가도 하반기 증시 상승세가 기술주를 넘어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AI가 유일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윌슨은 연말 S&P 500 목표치를 8000선으로 유지했다. 이는 6일 현재 수준인 7537.43 대비 6.1%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국내 투자자들이 모건스탠리의 이번 보고서에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 적중 사례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021년 8월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특수로 반도체 호황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 PC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을 예상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이후 실제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시작되면서 당시 전망이 현실화됐고, 이번 경고 역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국내 증시가 반도체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반도체 업종의 조정이 장기화될 경우 코스피 역시 상승 동력을 잃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반대로 AI 투자 확대와 엔비디아 실적 등이 다시 기대를 웃돌 경우 반도체 업종이 재차 시장을 이끌 가능성도 남아 있어 향후 실적과 투자 사이클이 증시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