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일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초기에 진단된 극초기 위암은 내과 의사가 내시경을 이용해 절제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병이 진행됐거나 림프절 전이 가능성을 시사하는 소견이 발견되면 외과적 수술을 받아야 한다. 과거 개복수술에서 시작된 위암 수술은 복강경을 거쳐 첨단 로봇수술로 진화하며 치료의 새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이제 로봇수술은 단순히 상처를 덜 내는 최소 침습의 영역을 넘어섰다. 고질적인 의료계 외과 인력난을 해소하는 현실적 대안이자, 진화하는 항암 패러다임과 결합해 치료 성적을 극대화하는 핵심 기전으로 자리 잡았다. 뉴데일리는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김형일 교수를 만나 위암 로봇수술의 현주소와 미래 청사진을 들었다.
◆ 외과 인력난과 의사 피로도 덜어주는 '현실적 대안'
필수의료 및 외과 인력 부족 사태 속에서 로봇수술은 수술실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대안으로 꼽힌다.
김형일 교수는 "복강경 수술을 하려면 외과의사 1명, 카메라(스코프)를 드는 사람 1명, 조수 1명 등 최소 3명이 있어야 하지만, 로봇수술은 집도의와 조수 단 1명만 있으면 끝난다"며 "외과 의사가 부족한 현실에서 필요한 인력을 줄여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데 로봇수술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의 체력 소진 측면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외과 수술의 특성상 집도의의 컨디션은 환자의 예후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어디로 이동할 때 4시간 동안 서서 가는 '입석'이 복강경이라면 로봇수술은 조종간에 앉아서 편하게 좌석에 앉아 가는 것과 같다"며 "하루에 수술을 2개 이상 하기 벅찬 복강경과 달리 로봇은 하루 3개를 소화해도 체력적 부담이 덜해 의사가 덜 피로한 상태에서 환자에게 더욱 정교하고 안정적인 술기를 일관되게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수술 전 면역항암제 투여… 다학제 진료로 시너지 극대화
위암 치료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수술 전 면역항암제 요법' 역시 로봇수술과 만나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김 교수는 다학제 진료를 바탕으로 면역항암제와 로봇수술이 결합했을 때 생존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들이 암세포를 많이 만나 '공부(훈련)'가 돼야 효과가 좋은데, 수술로 암을 다 잘라버린 뒤 투여하면 잔당밖에 없어 면역세포들이 공부할 대상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암 덩어리가 많이 있을 때 면역항암제가 들어와서 면역세포들이 암에 대해 충분히 학습하게 한 뒤, 수술로 큰 덩어리를 날려버리면 공부를 많이 한 면역세포들이 남은 암세포 잔당을 확실히 휩쓸어버리게 된다"며 "특히 난도가 높은 진행암 수술 시 항암제로 상태를 호전시키고 다관절 기능을 갖춘 로봇으로 정교하게 절제해 내면 예후에 긍정적인 누적 효과를 낸다"고 덧붙였다.
◆ '축소 포트' 수술의 진화 … 수술 후 덤핑증후군 주의
로봇수술 기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초기 위암 환자들에게 주로 적용되는 축소 포트(Single-port) 수술은 환자의 몸에 단 하나의 구멍만 내어 상처와 통증을 최소화하고 회복을 앞당긴다.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김 교수는 "지금은 초기 암 환자들의 비교적 쉬운 수술에 축소 포트를 주로 쓰지만, 앞으로는 점차 기구와 기술이 발전해 난도가 높은 수술도 축소 포트로 다 끝나게 될 것"이라며 "향후에는 자동차의 자율주행처럼 로봇수술의 특정 행위들도 일부 자동화되거나 표준화되는 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공적인 수술 이후에는 환자의 철저한 일상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완치에 다가설 수 있다. 합병증 고비를 넘기더라도 식습관 교정이 최우선이다.
김 교수는 "위암 수술 후 남은 위장은 원래대로 커지지 않으므로 과식은 역류와 장폐색을 일으킬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며 "시간이 지나 식사 속도가 다시 빨라지면 식후 어지러움과 식은땀이 나는 '덤핑증후군'이 올 수 있으니, 사회생활을 하더라도 남들의 식사 속도와 상관없이 최대한 천천히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수술 후 체중이 많이 빠져 걱정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위 절제 후에는 잘 먹어도 지방이 잘 늘지 않기 때문에 신체 밸런스를 위해 반드시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