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올해를 '원청교섭 원년'으로 선포하고 오는 15일 원청 기업을 상대로 총파업에 나선다. 민주노총이 이번 파업을 시작으로 하반기까지 투쟁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경영계도 교섭 범위 확대와 성과급 등 처우 개선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진짜 사용자인 원청을 교섭의 자리로 끌어내고 기업별 교섭의 한계를 넘어 산업·업종 단위의 초기업 교섭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정 노동조합법(일명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하 600여개 하청노조가 400여개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지만 현재 실질적인 교섭이 진행 중인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한 곳은 두 차례 교섭 끝에 결렬돼 쟁의조정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법이 개정됐음에도 사용자들이 여전히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위원회와 사용자성판단위원회에서도 대다수 사업장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원청이 교섭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고용노동부를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양 위원장은 "정부가 초기업 교섭을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원청교섭을 회피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의 사용자성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노동부 해석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총파업대회를 개최한 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할 계획이다. 돌봄·콜센터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며, 참가 인원은 약 1만명 규모로 예상된다.
산별노조들도 총파업에 동참한다. 금속노조는 4시간 부분파업을 실시하고 건설산업연맹 플랜트건설노조와 민주일반연맹, 보건의료노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도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사업장은 원청과 교섭 절차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파업 대신 교섭을 이어가기로 했다.
경영계는 이번 총파업을 계기로 원청교섭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급증한 가운데, 교섭 대상이 생산공정뿐 아니라 급식·시설관리 등 간접 업무까지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사용자 책임의 범위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일단 원청이 교섭 테이블에 앉게 되면 산업안전 등 개별 의제를 넘어 성과급과 임금체계 등 처우 개선 요구로 확대될 가능성을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노동위원회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 사례가 잇따르는 데다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교섭 의무는 유지되는 만큼 기업들의 대응 여력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노란봉투법으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역시 제한되면서 경영계는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장기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을 시작으로 원청교섭이 성사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양경수 위원장은 "7월 15일 총파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8월과 9월에도 원청교섭이 이뤄질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원청이 교섭을 계속 회피할 경우 하반기 투쟁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정당한 요구가 외면되는 현실 앞에서 모든 조직된 힘을 모아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을 선포한다"며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불법적 교섭 회피에 맞서 멈추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경수 위원장도 "사전 협의를 진행 중인 사업장도 적지 않지만 교섭 의제와 교섭단 구성 등을 둘러싼 이견이 적지 않다"며 "쟁의 절차에 돌입하는 사업장이 늘어나면 하반기에는 보다 큰 규모의 공동 투쟁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