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서울 서초구 서리풀 공공주택지구를 찾았다. LH가 서리풀 지구를 서울권 주택공급 확대의 핵심 사업지로 내세운 가운데 서리풀2지구 주민들과 우면동 성당은 지구지정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LH는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방침이지만, 주민들은 존치 요구와 행정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공급 확대를 앞세운 공공주택 사업이 첫 단계부터 법적 분쟁 변수에 직면했다.
8일 LH에 따르면 이 사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리풀 지구를 방문해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지난 6일 취임식 이후 이틀간 본부별 업무보고를 받은 뒤 첫 현장 일정으로 서리풀 지구를 찾았다.
이 사장은 지구별 추진 경과와 사업 일정, 현안 사항을 보고받고 주택 착공 일정을 발표된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기라고 지시했다. 서리풀 1지구와 2지구도 차례로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서리풀 지구는 서울권 주택공급 확대의 상징적 사업지다. 1지구 1만8000호와 2지구 2000호를 합쳐 최대 2만호 공급이 예정돼 있다. 1지구는 지난 2월, 2지구는 지난달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
LH는 이달 1지구 지구계획을 신청하고 2028년 주택 착공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 승인, 하반기 보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리풀 지구에서 주민 반대와 존치 민원이 이어지는 만큼 주민과의 소통을 위한 협의체를 운영하고 보상·이주 등 현안도 계속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사장은 "취임 후 첫 현장으로 서리풀 지구를 찾아 사업 조기 추진 방안을 살펴본 것은 수요가 높은 지역에 주택을 신속히 공급하는 것이 부동산시장 안정 달성의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라며 "무주택 서민과 청년, 신혼부부 등이 서울권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에 가능한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말했다.
다만 서리풀2지구 주민 반발은 사업 추진의 변수로 남았다. 송동마을·식유촌 주민들과 우면동 성당은 이날 국토교통부의 서울서리풀2 공공주택지구 지정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주민 측은 "주민 96%가 존치를 요구한 서리풀2지구에서 주민과의 실질적 협의 없는 지구지정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에는 우면동 성당 주임 신부와 송동마을·식유촌 비상대책위원장 등 성당과 마을 주민 대표 22명이 참여했다.
주민 측은 국토부가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일원 19만3259㎡를 서울서리풀2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처분에 절차적·실체적 위법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주민 의견 수렴 이전 관계기관 협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환경영향평가협의회 구성과 심의 절차가 적법했는지, 주민 의견 청취가 실질적으로 진행됐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서리풀2지구의 보전가치도 소송 쟁점으로 제시됐다. 주민 측 소장 요약문에는 서리풀2지구 안에 개발제한구역 환경평가 1등급 14.9%, 2등급 4.1% 등 총 3만6784㎡의 보전가치가 높은 토지가 포함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민 측은 야생생물 보호구역과 법정보호종 서식지, 매장유산 유존지역 등이 포함돼 있는 만큼 보전가치가 낮은 지역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앞서 송동마을·식유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일 국토부에 성당과 마을 존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주민 측은 우면동 성당과 두 마을 전체 76호 가운데 73호가 존치에 동의했고, 가톨릭 서울대교구 12지구 11개 성당 신자와 주민 등 9519명의 일방적 수용 반대 서명 원본도 함께 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공공주택 공급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성당과 마을, 핵심 생태·문화 구간을 존치하는 상생형 개발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주민들과 신자들은 오는 13일부터 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침묵 시위도 진행할 예정이다.
LH가 서리풀 지구 조기 착공을 추진하는 가운데 주민들이 지구지정 취소소송과 존치 요구에 나서면서 서리풀2지구를 둘러싼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