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연수구 소재 삼성바이오에피스 본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후보물질 확보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자체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과 글로벌 연구개발 거점 구축에 이어 공동연구와 라이선스 옵션계약을 활용해 외부 유망기술을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한 가운데 신약개발 초기 단계의 후보물질을 넓히고 개발 가능성에 따라 임상과 상업화로 이어가는 전략을 통해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10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따르면 전날 프로티나와 AI를 활용한 항체 신약개발 국책과제 수행 성과를 활용하기 위한 라이선스 옵션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대 생명과학부 백민경 교수 연구팀과 보건복지부 주관 국책과제 'AI 모델을 활용한 항체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실증'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프로티나는 AI로 설계한 항체 신약후보물질 발굴과 검증을 담당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상시험계획(IND) 신청까지 전임상 연구를 주도한다.
2027년까지 후보물질을 발굴한 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라이선스 옵션을 행사하면 임상개발과 상업화를 추진하고 프로티나에 마일스톤과 로열티 등을 지급한다. 계약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신약후보물질을 처음부터 기술도입하는 대신 공동연구로 후보군을 넓힌 뒤 개발 가능성을 검증해 파이프라인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IND 신청까지 전임상 연구를 맡아 직접 개발 가능성을 검증하고, 옵션을 행사한 후보물질만 임상과 상업화 단계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초기 단계에서 외부 유망기술에 접근할 기회를 확대하면서 개발 성과에 따라 후속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후보물질 확보 범위를 넓히면서도 모든 후보물질에 임상개발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 선별적으로 개발자원을 배분해 신약개발 초기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체 연구개발에 공동개발과 외부기술 도입, 전략적 투자 등을 더하면서 신약후보물질 확보경로를 넓혀왔다.
ADC 분야에서는 자체 연구역량과 외부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국내 인투셀과 공동개발하는 'Nectin-4 ADC'는 2025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중국 프론트라인 바이오파마와 공동개발하는 'EGFR-HER3 이중항체 이중독소 ADC'는 전임상 단계에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3년 ADC 신약개발에 착수한 이후 두 후보물질을 파이프라인으로 확보했다. 자체 연구개발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활용해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신약개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실. ⓒ삼성바이오에피스
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한 외부 접점도 확대하고 있다. 3월 지투지바이오와 장기지속형 의약품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과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4월에는 중국 바이오 연구개발 혁신 플랫폼 아틀라틀 이노베이션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현지 바이오벤처와 연구개발 협력에 나섰다.
유망 바이오텍의 초기 성장을 지원하면서 다양한 모달리티 기반의 차세대 바이오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다. 자체개발과 공동개발, 외부기술 도입에 이어 초기 기술을 탐색하는 단계까지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범위를 확대한 셈이다.
연구 인프라 구축은 후보물질 발굴 기반을 넓히는 또 다른 축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 창핑구에 첫 해외 연구개발 거점인 중국 R&D센터를 개소했다. ADC 중심 기술 플랫폼 확보와 신약후보물질 발굴을 담당하는 현장 특화형 조직이다.
삼성서울병원과는 의료데이터와 AI를 활용한 환자 치료기술 개발과 신약 타깃 발굴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 말까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확보한 연구데이터를 ADC 등 신약개발과 임상 전략에 활용할 계획이다.
개별 후보물질 확보와 함께 해외 연구거점과 의료데이터 기반 공동연구를 확대하며 신약후보물질 발굴 기반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신약개발 확대를 뒷받침하는 것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수익 기반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11종의 바이오시밀러를 글로벌 시장에 상업화했다. 1분기 매출 4549억원, 영업이익 144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4%, 13% 증가했다.
다만 1분기 실적에는 바이오젠과의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유럽 판권 연장에 따른 마일스톤 473억원이 포함됐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신규 제품 출시와 판매지역 확대를 통해 기존 사업의 수익 기반을 유지하면서 중장기 성장동력을 추가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안정적인 이익창출기반을 제공하고 있지만, 신약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파이프라인 개발 진척이 기업가치 재평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선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업 확대 성과가 아직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고 R&D 부분은 개발 초기 단계"라면서도 "ADC 후보물질과 공동개발 파이프라인 데이터 공개 등이 추가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가 기업가치의 하방을 지지하는 가운데 신약 파이프라인 진척이 중장기 기업가치 재평가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