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KB금융
금융당국이 예고했던 지배구조 개선안이 또다시 늦어지면서 KB금융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기존 기준 아래 먼저 시작됐다. CEO 승계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던 새 제도는 첫 적용 대상으로 거론됐던 KB금융 인사에서부터 '적용 공백'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3일 차기 회장 후보를 12명에서 6명으로 압축했다. 내부 후보는 양종희 KB금융 회장과 이재근·이창권 KB금융 부문장, 이환주 국민은행장 등 4명이며 외부 후보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비공개 후보 1명이다. 이번 절차는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양 회장의 첫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승계 레이스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회추위는 오는 8월 27일 후보 6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를 진행해 3명으로 압축한 뒤 9월 11일 심층 인터뷰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10월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 11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이 확정된다. 핵심 일정이 이미 시작됐지만 금융당국이 예고했던 새 지배구조 기준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이 KB금융 숏리스트 확정 전에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지주 회장 3연임 제도에 대해서도 "이번에 마무리될 것으로 안다"고 언급하며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숏리스트가 확정된 이후에도 개선안은 나오지 않았고, 현재는 금융위원회와 대통령실 간 최종 조율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CEO 승계 절차와 사외이사 독립성, 성과보수 체계 등을 손질하는 개선안을 마련해왔다. 지난해 말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 CEO 선임 구조를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비판한 이후 추진된 핵심 과제였지만, 당초 3월을 목표로 했던 발표는 수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발표 시기를 둘러싸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시장 혼선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심은 새 기준의 적용 시점이다. 회추위가 이미 후보군을 확정하고 평가 절차에 들어간 만큼 중간에 새로운 기준을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대로 최종 후보 선정 이후 개선안이 발표될 경우 KB금융 회장 선임은 사실상 기존 체계 아래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논란의 핵심이 3연임 제한 여부보다 연임 심사 기준 자체에 있다고 본다. 현직 CEO에 대한 평가 방식과 회추위의 독립성, 후보 검증 절차를 어떻게 객관화할지가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데, 첫 대형 금융지주 승계부터 새 기준이 적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파장은 KB금융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말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장의 임기가 잇따라 만료된다. 통상 은행장 선임 절차는 임기 만료 약 3개월 전부터 본격화되는 만큼, 개선안 발표가 더 늦어질 경우 연말 금융권 CEO 인사 역시 상당 부분 기존 기준 아래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안은 금융회사 CEO 승계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인데 첫 적용 대상으로 꼽혔던 KB금융 절차부터 기존 기준으로 진행되는 상황이 됐다"며 "향후 은행장 인사까지 고려하면 언제 발표하느냐보다 어떤 절차부터 실제 적용하느냐가 정책의 실효성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