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컨벤션센터 제2전시장 설계 공모 당선작.ⓒ광주시 제공. 연합뉴스.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공공사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조달청 계약금액 조정 신청액은 6900억원에 육박했다. 추가 예산 확보가 어려워진 일부 공공시설 사업은 층수와 설계 범위를 줄이는 방식으로 사업 규모를 조정하고 있다.

10일 조달청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신청 규모는 522건, 6892억9769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222건, 2064억1587만원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분기별 증가 폭도 컸다. 올해 1분기 신청 규모는 187건, 1508억5981만원이었다. 2분기에는 335건, 5384억3788만원으로 늘었다. 2분기 신청액은 1분기보다 약 257% 증가했다.

계약금액 조정은 공사 계약 이후 물가가 일정 수준 이상 변동했을 때 공사비를 다시 산정해달라는 절차다. 계약 체결 후 90일 이상 지나고 품목조정률 등이 3% 이상 증감하면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신청액이 곧바로 증액 확정액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발주기관 검토와 예산 확보 절차가 뒤따른다.

국가 발주 공사는 해당 중앙부처나 소속기관이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지자체 발주 공사는 해당 시·군·구가 추가경정예산, 예비비, 사업비 조정 등을 통해 부담한다. LH·SH·국가철도공단 등 공공기관 발주 공사는 해당 기관이 자체 예산으로 증액분을 반영해야 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은 청구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조정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예산 배정 지연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계약자와 협의해 조정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계약금액을 증액할 예산이 없을 때는 공사량 등을 조정해 그 대가를 지급할 수 있다.

실제 공공시설 사업 곳곳에서 규모 축소와 절차 지연이 나타나고 있다. 인천 검단공립박물관은 당초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추진됐지만 현재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조정됐다.

인천시는 2021년 검단신도시박물관을 2025년 개관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시 계획은 검단신도시 근린14호 공원 부지에 연면적 1만363㎡, 지하 1층~지상 3층, 야외전시장 약 1500㎡ 규모로 짓는 것이었다. LH와 iH가 공동 건립한 뒤 인천시가 무상으로 넘겨받아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인천시는 "검단신도시박물관은 인접한 호수공원과 동시 건립 추진 중인 인천도서관과의 연계를 통해 대형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사비가 뛰면서 계획 변경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단공립박물관은 현재 실시설계 용역 단계로, 당초 지하 1층~지상 3층에서 지하 1층~지상 2층으로 규모가 조정됐다. 사업비도 당초 520억원에서 879억원 규모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 발주와 착공은 올해 하반기 목표로 거론되며 준공 시점은 2029년으로 밀린 상태다.

함께 추진되는 백년이음도서관도 공사비 상승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총사업비는 449억원에서 885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준공 시점도 당초 계획보다 늦춰질 전망이다.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제2전시장도 공사비 상승에 설계 절차가 흔들렸다. 광주시는 당초 제1주차장 부지 1만8932㎡에 총사업비 1461억원을 들여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4만6000㎡ 규모의 제2전시장을 짓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공모를 거쳐 설계에 착수했지만 설계용역은 2024년 2월 중단됐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기존 예산으로는 건립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시 계획된 예산의 두 배가 넘는 3000억원이 필요하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이후 광주시는 기본설계용역 일시정지를 해제했지만 설계 범위를 줄였다. 당초 30억4100여만원을 들여 계획설계와 중간설계를 모두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변경안에서는 중간설계를 제외하고 계획설계만 수행하는 방식으로 범위를 좁혔다. 용역비도 17억4600여만원으로 줄었다.

양주아트센터도 사업비 증가로 절차가 멈춘 사례다. 당초 사업비 871억원 규모로 추진됐지만 사업 규모 확대 이후 총사업비가 1911억원으로 늘었다. 이후 타당성 재조사 절차가 진행됐지만 경제성 지표가 낮게 나오면서 지난 5월 타당성 재조사 업무 약정이 해지되고 용역이 중단됐다.

공공시설 축소와 지연은 중견·지역 건설사 일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공공공사 수주 상위 5곳에는 DL이앤씨와 현대건설 외에 HJ중공업, 계룡건설산업, 동부건설이 이름을 올렸다. HJ중공업은 5691억원, 계룡건설산업은 5439억원, 동부건설은 4585억원 규모의 공공공사를 수주했다.

민간 주택 경기 부진 속 중견사들은 공공공사 비중을 높이며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공공시설 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축소되거나 지연되면 중견·지역 건설사의 체감 일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A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공사는 민간보다 대금 회수 안정성이 높아 중견사들이 꾸준히 참여해왔지만 최근에는 자재값과 인건비가 오른 만큼 공사비가 제때 반영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부담"이라며 "발주처가 증액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공사 범위가 줄거나 발주 시점이 밀리고, 공공 일감 비중이 큰 중견·지역 건설사가 먼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