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국정 1호 과제로 내걸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키며 예산과 권한을 몰아준 지 1년. 정작 정책이 굴러가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재정은 커졌는데 조직은 따로 논다'는 얘기가 많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체제의 구조적 한계가 정책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대표 사업인 피지컬AI 정책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전북·경남 거점 실증 사업에만 1조4000억원, 향후 총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예산 규모만 보면 파격적이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는 조직 구조는 정반대다. 산업통상부와 과기정통부가 '협력'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책 의사결정의 '분산' 문제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기정통부는 '피지컬AI 얼라이언스'로, 산업통상부는 '맥스(M.AX) 얼라이언스'로 각각 협의체를 꾸려 전략 방향을 조율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주관 부처가 둘이라는 점, 각 얼라이언스 참여 기업들도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합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무 차원의 거버넌스 규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구상 자체가 연구개발(R&D)은 과기정통부가 주관하고 이를 현장에 확산시키는 역할은 산업부가 맡는 이원화된 방식이다. 분산된 정책 의사결정 아래서 유기적인 기술 확산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두 부처가 각자 협의체를 만들어 '협력'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예산·기업 유치·성과 평가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더 근본적인 우려는 이 구조가 처음 겪는 시행착오가 아니라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피지컬AI가 과거 디지털전환(DX) 전략과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AI 모델이 DX에서 부족했던 정교함을 채워주는 흐름에 가깝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수집·정제'하고 '이기종 로봇 간의 호환 문제를 해결'하는 목표는 과거 DX 사업에서도 핵심 과제로 다뤄온 내용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초 연구 단계에만 머무는 과제들이 대부분이라 과거의 한계를 이번에 넘어설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적잖다. 다시 말해 명칭만 'AI 대전환'으로 바뀌었을 뿐 부처 칸막이와 실행 지연이라는 고질적 문제는 그대로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다.
부처 간 조율 실패는 사실 예견된 문제이기도 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에 낸 '정부 연구개발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입법과제' 보고서에서 유사한 구조적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보고서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와 기능이 중복될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현재 과기 정책 거버넌스가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vs 자문회의 부의장 vs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등으로 수평 구조화돼 있다고 짚었다. 여러 의견을 종합·반영하는 장점은 있지만 이견이 생길 때는 정책 추진 동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배경훈 부총리, 문제 인식은 있지만 리더십은 물음표
과기정통부 장관이 부총리로 승격되면서 '주도권' 측면에서는 위에 있는 구조가 된 것은 맞지만 실제 부처 간 조정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최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서는 상근 부위원장과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 잇달아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되면서 배경훈 부총리가 두 역할을 겸직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예산과 권한은 집중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실행 조직의 두께와 조정 능력은 오히려 얇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를 AI 3대 강국 도약의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상반기 중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예산 증액과 조직 위상 강화라는 '하드웨어'만으로는 부처 간 칸막이, 협의체 난립, 자문기구 기능 중복이라는 '소프트웨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배 부총리 본인도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지 않는 눈치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AI 경쟁은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실행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한다"며 "지금 이 시기에 정책의 공백이나 혼선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다짐과 실제 리더십 발휘는 별개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근 부위원장 공백을 부총리 본인이 겸직으로 메우기로 한 조치를 두고도 '땜질식' 임시방편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로 핵심 참모진 이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사후 수습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부총리로 승격돼 부처 간 조정 권한까지 손에 쥐었지만 정작 산업부와의 역할 분담을 사전에 명확히 매듭짓지 못한 채 '따로 협의체' 체제를 방치한 것도 리더십 부재로 읽힐 소지가 있다. 예산과 조직 위상은 역대급으로 키웠지만 사람을 채우고 부처를 조율하는 '기본기'에서는 여전히 낙제점에 가깝다는 게 정치권과 과학기술계 안팎의 냉정한 시각이다. 
한 인공지능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AI 분야에 파격적인 투자를 내걸었지만 정책 의사결정이 단일화되지 않으면서 기술개발과 행정부문에서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며 "피지컬AI를 비롯한 메가프로젝트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산업부와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중복된 거버넌스 구조를 정리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