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렉서스 LX 700h.ⓒ김서연 기자
압도적인 차체가 주는 웅장함과 도로가 끊긴 진흙밭과 바위산을 넘나드는 자유. 오프로더는 낭만을 타는 차다. 그런 오프로더에게 가장 가혹한 코스는 일상이다. 험로를 견디기 위해 키운 차체와 단단한 하체가 일상에서는 둔한 움직임과 불편한 승차감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승차감 좋은 일상 오프로더는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만큼 이나 모순적인 말이었다. 렉서스는 포기 대신 프레임과 서스펜션, 차체 결합 구조를 하나씩 집요하게 손보는 길을 택했다. 오래된 방식을 버리기보다 끝까지 갈고 닦아 단점까지 지워내는 일본식 장인정신을 LX 700h에 녹였다. 
지난 2일 렉서스 LX 700h를 타고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일대의 도심과 해안도로를 주행했다. 가속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국도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은 상가와 숙박시설이 밀집한 해수욕장 앞의 좁은 생활도로와 차량 정체가 반복되는 도심 구간이 주를 이뤘다. 정통 오프로더의 본 실력을 확인하기에는 다소 엉뚱한 코스였지만 오히려 LX 700h의 반전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코스였다. 
▲ 렉서스 LX 700h.ⓒ김서연 기자
전장 5095㎜, 공차중량 2800㎏이 넘는 거대한 차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존재감이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다. 전면에는 차체 절반을 덮는 거대한 스핀들이 카리스마를 더하고 두툼한 휠하우스가 맞물리며 단단한 인상을 준다. 군용차의 투박함 보단 직선 위주의 골격은 살리면서도 모서리를 매끈하게 다듬고 정교한 디테일을 더해 강인함을 렉서스 특유의 절제된 세련미로 풀어낸 모습이다. 
프레임온 바디를 고집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럭셔리 오프로더들 조차도 승차감과 공간활용성을 위해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를 택하는 추세를 거슬러 정통 프레임을 지켰다. 본질은 지키면서 강성과 승차감은 현대적으로 끌어올린 일본 장인 정신의 ‘집요함’이 느껴진다. 
운전석에서도 프레임 차체 특유의 육중한 안정감이 분명하게 전달됐다. 묵직한 차체 전체가 노면을 눌러가며 전진하는 감각이 든든했고, 대형 오프로더에서 흔히 나타나는 좌우 흔들림도 비교적 잘 억제됐다. 차체가 높고 무거운 만큼 급격한 방향 전환에서는 물리적인 크기가 느껴졌지만, 굽은 도로를 통과할 때 차체 후면이 뒤늦게 따라오거나 출렁이는 느낌은 적었다.
페달을 밟는 순간 움직임이 둔할 것 같다는 편견이 무너진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트윈터보 엔진이 즉각 깨어나 2800㎏이 넘는 차체를 뒤에서 강하게 밀어붙인다. 페달을 밟는 만큼 힘이 지체 없이 붙고, 차체도 그 박자에 맞춰 앞으로 튀어나간다. 높은 운전석에서 펼쳐지는 시원한 시야에 이 빠르고 선명한 가속 반응이 겹치면서 차체를 다루는 재미가 상당했다.
승차감도 세단에 버금갈 만큼 편안했다. 오프로더는 방지턱과 요철을 넘을 때 충격이 허리로 곧장 올라오는 경우가 많지만 LX 700h에서는 그런 피로감이 거의 없었다. 전자제어 가변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고, 능동형 차고 조절 서스펜션이 차체의 상하 움직임을 빠르게 잡아준 덕분이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차체가 크게 들썩이거나 뒷부분이 늦게 출렁이는 느낌 없이 한 번에 차분하게 넘어섰다. 정통 오프로더의 단단함은 유지하면서도 장거리 주행에서 허리를 괴롭히는 불편함은 상당 부분 걷어냈다.
▲ 렉서스 LX 700h.ⓒ김서연 기자
LX 700h의 성격이 가장 극적으로 바뀌는 곳은 2열이다. 운전석에서 내려 뒷좌석으로 옮겨 앉는 순간 거칠고 강한 오프로더의 인상은 사라지고 등을 감싸는 시트의 편안함이 밀려온다. 버튼을 누르면 조수석이 앞으로 밀려나며 다리 공간이 넓어지고, 최대 48도까지 몸을 눕힐 수 있었다. 오토만에 다리를 올리고 마사지 기능까지 켜자 장거리 이동에서도 그대로 잠들 수 있을 만큼 편안했다.
특히 VIP 모델은 기업 총수나 고위 인사를 태우는 의전 수요까지 염두에 두고 3열을 없앤 뒤 2열 공간과 기능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시트를 눕히면 천장에서 머리 위로 바람을 보내는 샤워 에어컨이 작동하고, 좌석과 공조 기능은 독립식 리어 컨트롤 패널로 조절할 수 있다. 뒷좌석 승객이 이동 중 편안하게 쉬는 데 필요한 기능을 빈틈없이 갖춘 셈이다.
‘오프로더가 이보다 더 좋아질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들 만큼 LX 700h은 완성도가 높은 차다. 오프로더의 본질은 지키면서도 그동안 당연하게 감수해야 했던 불편함은 집요하게 덜어냈다. LX 700h의 진짜 경쟁력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데 있지 않다. 어디를 가든 타협할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