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케미칼
중국발 공급과잉과 석유화학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롯데케미칼이 순차입금 8조 원의 빚더미에 내몰렸다. 단기 자금으로 연명하는 일명 '돌려막기' 상황에서 신용등급 전망마저 하향돼 자금 조달에 비상등이 켜졌다. 막혀버린 자금줄에 체질 개선을 위한 신사업 투자가 지연될 경우, 석유화학 산업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롯데케미칼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8조 631억 원이다.
특히 장기 회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중심의 단기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롯데케미칼의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잔액은 1조 400억 원으로, 연초 대비 반년 만에 4.5배 이상 급증했다. 매출채권 유동화를 줄이는 대신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물 직접 조달을 크게 늘린 것이다.
재무 환경 악화로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롯데케미칼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단기 신용등급이 1노치(Notch) 하락할 경우 금융권 차입금 중 1조 1914억 원, 2노치 하락 시에는 최대 5조 3040억 원 규모의 기한이익상실(EOD) 조항이 발동될 수 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프로젝트의 수익성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상업 가동을 시작한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LCI)'는 업황 부진과 초기 가동 비용 증가로 1분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롯데케미칼은 이달 초 4517억 원 규모의 금전대여를 통해 자금 수혈에 나섰다.
2조 70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부진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중국발 공급 확대와 전기차 캐즘으로 7개 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이다. 5600억 원이 투입되는 스페인 동박 공장 완공 시점도 당초 2025년에서 2027년 6월로 연기됐다. 모기업인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대규모 인수 자금에 대한 실적 반등 및 회수 시점이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롯데케미칼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중장기 투자 계획은 막대하다. 최근 발간된 '롯데케미칼 ESG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30년까지 수소 생태계 구축에 1조 원, 전지소재 글로벌 사업 확대에 5조 원 등 총 6조 원의 누적 투자를 공식화했다.
여기에 더해 롯데케미칼은 기존 배터리 소재 중심이던 미래 성장 전략을 AI·반도체 고부가 소재까지 확장하며 투자 전선을 더 넓히고 있다. 최근 평택 반도체 소재 공장 신규 투자 등 신사업 다각화를 위한 자본 지출을 이어가고 있어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무적 딜레마는 지역 실물경제의 위기와도 직결된다. 업계에 따르면 생산 거점인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협력업체는 최근 3년 새 1400여 곳이 도산했고, 최근 1년 동안 고용 인력 4000명이 급감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자금난으로 사업 재편이 지연된다면 고강도 구조조정 압박을 받는 산단 전체의 침체를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