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비아파트와 민간 정비사업의 공급 기반부터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주택 물량 확대만으로 단기간 내 공급 효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비아파트 주택 수 산정과 대출 규제까지 전반적인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윤덕 국토부 장관을 비롯해 국토부 관계자와 학계·언론계, 주택·금융업계, 부동산 전문가, 일반 시민 등 60여명이 참석해 비아파트와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공급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정부는 9·7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135만가구를 착공하고, 1·29 대책에서는 수도권 우수 입지에 6만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공급 목표와 실제 착공 사이 간극을 줄이려면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끌어낼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아파트 공급을 보완해야 할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는 거래가 회복되는 가운데 신규 공급은 오히려 줄고 있다.
올해 1~5월 전국 연립·다세대 매매 거래량은 7만172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늘었다. 전월세 거래도 70만1756건으로 11.5% 증가했다. 반면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1만2358가구로 5.5% 감소했고, 준공 물량도 1만1448가구로 3.1% 줄었다. 거래는 늘었지만 착공과 준공 물량은 오히려 줄어든 상황이다.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주택은 주택 수 산정에서 상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 정부는 2027년 말까지 준공되는 전용면적 60㎡ 이하, 취득가액 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 신축 비아파트를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양도소득세 중과도 배제하고 있다. 한시적인 특례에 그쳐 사업자가 장기 공급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장기 임대 의무와 임대정보 등록, 보증보험 가입, 임대료 관리, 최저주거기준 준수 등 공공성을 갖춘 비아파트는 주택 수에서 계속 제외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다주택자에게 일률적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대신 실제 임대주택으로 공급되는 물량에 취득·보유·처분 단계의 혜택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민간임대사업자의 금융 규제도 공급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혔다. 서울시는 매입임대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현재 0%에서 70%로 완화하고, 매입임대주택도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해 왔다. 신규 임대주택 매입 대금을 사실상 전액 자기자본으로 조달해야 해 중소 사업자의 추가 매입이 어렵다는 이유다.
아파트 공급의 핵심 축인 재개발·재건축도 사업성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건축은 조합원 1인당 평균 초과이익이 80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의 10~50%를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오른 상황에서 재초환 부담금의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조합원 분담금 산정과 사업 추진의 변수로 지목된다.
재개발에서는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임대주택 물량이 사업성 저하 요인으로 거론됐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을 없애기보다 사업지의 분양수입과 공사비, 기존 세입자 규모 등을 반영해 의무비율과 공공 인수가격을 조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입지가 좋고 사업성이 높은 지역과 사업 중단 위험이 큰 지역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재초환을 전면 폐지하거나 비아파트를 조건 없이 주택 수에서 제외할 경우 개발이익 사유화와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세제·대출 혜택을 실제 착공과 장기 임대, 임대료 안정 등 공급 실적으로 연결하는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새로운 공급대책을 발표하기보다 현장의 요구를 수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가 공공택지와 공공주택 물량 확대를 넘어 재초환과 임대주택 의무, 비아파트 주택 수 산정과 LTV 등 민간 공급을 막는 규제까지 손질할지가 향후 주택공급 대책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