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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미국 반도체가 급등한 가운데 국내 증시도 큰 폭의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상승이 물가 호재보다는 과매도 해소에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한다. 인공지능(AI) 투자(Capex) 둔화 우려와 밸류에이션 부담이 여전한 만큼 추세적인 상승 전환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설명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54분 기준 코스피는 7.5% 이상 오른 7371선에서 거래 중이다. 최근 급락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7%, 12% 이상 급등하며 반등을 주도하고 있다.
증권가는 그동안 AI 기대감으로 큰 폭 상승했던 메모리 반도체 업종이 밸류에이션 부담과 실적 기대치 조정으로 급락한 뒤 과매도 구간에 진입하면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15일 보고서에서 "발표된 CPI의 세부 내용은 좋았지만 그것만으로 반도체가 이렇게까지 급등한 것은 얼핏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천천히 살펴보면 CPI 발표에 반도체가 강하게 반응한 이유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6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5%로 시장 예상치(3.8%)를 밑돌았고, 근원(Core) CPI도 2.6%로 컨센서스(2.8%)를 하회했다. 휘발유 가격 하락뿐 아니라 자동차 보험(-2.0%), 무선통신료(-3.3%), 숙박비(-2.8%) 등이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주거비를 제외한 점착성(sticky) 근원 물가도 큰 폭 둔화되면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가 확대됐다.
다만 KB증권은 이번 반도체주 급등을 단순히 CPI 효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AI 투자 둔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고 기업 펀더멘털이 하루 만에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반도체 조정장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에도 메타와 오라클의 회사채 발행으로 AI 투자 자금조달 부담이 부각됐지만 이후 주가 반등은 AI 투자 우려 해소가 아니라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비둘기파적 발언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영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Capex의 회수 우려는 새롭지 않다"며 "지난해 연말 이런 우려를 안고도 주가가 반등한 이유, 그리고 지금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는 같다. AI 투자를 성장(g)이 아니라 자본조달 부담(r)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주가는 'AI가 언젠가 돈이 된다'는 꿈과 희망이 아니라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KB증권은 이번 반등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과매도 구간 진입을 지목했다. 실제 미국 증시에서 SK하이닉스 ADR은 CPI 발표 이후 하루 만에 29.3% 급등했다.
이 연구원은 "어젯밤 반도체 수요 우려가 해소된 것도 아니고 AI Capex 우려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미국 증시에서 하이닉스 ADR이 29.3% 급등한 것은 시장이 이미 과매도권에 진입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이번 조정 과정에서 50일 이동평균선 이격도가 이번 상승장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고,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의 주가 스프레드도 크게 벌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상대적 과매도가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수급 측면에서도 투자심리가 극단적인 공포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개인은 주가가 하락하면 순매수하고 상승하면 순매도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에는 주가가 급락했는데도 개인이 대규모 순매도에 나섰다"며 "이는 투자심리가 극도의 공포 국면에 진입해 저가매수의 용기마저 사라진 상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펀더멘털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과매도 구간에서는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7월 하순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콜을 통해 AI 투자 우려가 완화될 경우에야 증시가 다시 상승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