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서 참석 기관장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7년 이상·5000만 원 이하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새도약기금'에 대한 도덕적 해이 비판을 두고 "무책임한 선동"이라며 역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몇천만 원 때문에 신용불량자로 7년을 버틸 사람은 없다"며 장기 연체 채무자의 재기를 돕는 국가적 결단을 강조했고, 금융당국 역시 이를 '시스템적 관리'로 내재화하겠다고 보조를 맞췄다.
하지만 빚을 안 갚아도 국가가 정기적으로 털어준다는 공식이 시스템으로 굳어지는 순간, 자본주의와 금융 시장을 지탱하는 '자기 책임과 신용'이라는 기본 규칙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결국 피땀 흘려 꼬박꼬박 빚을 갚은 사람들에게 깊은 박탈감을 안김과 동시에, 성실 상환이 곧 손해라는 위험한 학습 효과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다.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도덕적 해이는 조장한다는 뜻이다. 
15일 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장기 연체 채무 탕감과 관련해 "이상하게도 우리나라는 빚 탕감에 대해 가혹할 만큼 엄격하다"며 "금융사들이 채무 조정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앞서 새도약기금을 통해 10조4000억원 규모의 대상채권을 매입하고 즉시 추심을 중단하는 등 장기 채무자에 대한 대규모 구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5년, 10년 된 장기 연체 채무를 털어주는 것은 서구 사회에서는 기본적인 제도"라며 "빚을 갚을 능력이 없으면 파산·면책을 통해 재기를 돕는 게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고작 몇천만 원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돼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못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는 더 큰 손해"라고 덧붙였다.
특히 채무 탕감이 차주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동'이라는 단어를 쓰며 직격했다. 그는 "일각에서 성실하게 상환한 사람들에게 억울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는 무책임한 선동이 있다"며 "금융사들은 이미 차주가 빚을 갚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대손상각 처리를 해두기 때문에 실제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금융사들이 연체 채무자들에게 가혹하게 추심하는 행위야말로 진정한 도덕적 해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상록수 유동화 전문회사'"라며 "금융사 대표들은 상록수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이면에서는 수십만 명의 채무자가 고통받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는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사들의 관심과 관리의 문제"라며 "시스템을 통해 내재화할 수 있도록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언급한 '시스템적 관리'의 이면에는 금융공공기관들의 급격한 재정 악화와 부실 폭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등 주요 금융공공기관 12곳이 보유한 개인금융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무려 44조 4,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최근 3년간 불어난 부실 채권액만 약 14조 원에 육박한다. 이 중 회수가 불투명해 사실상 '좀비 채권'으로 분류되는 10년 이상 장기 부실채권도 6조 2,000억 원(13.9%) 규모에 이른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정책보증 대출의 대위변제나 캠코의 기금 등을 통해 연체채권을 넘기며 0.3%대의 안정적인 연체율을 유지해 왔다. 은행이 보유해야 할 신용위험을 공공부문이 대신 흡수해 준 덕분이다. 하지만 이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공공기관들의 기초체력은 이미 감내하기 어려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역(逆) 프레임 전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포퓰리즘적 긴축재정'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나라 살림을 아껴 쓰고 국가 채무를 줄이자는 건전한 긴축 재정 요구를 향해, 도리어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논란을 빚었다. 대한민국이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국가 부채는 위기시에 치명적 상황을 도래하고, 이 때문에 무분별한 나랏빚 팽창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나랏빚의 규모를 통해 논쟁이 있지만,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으면 이를 '위기 상황'으로 보는 것이 경제학적 상식이다. 
이 논란이 제기될 당시 대표적 예산통인 국민의힘 원내대표 송언석 의원은 "재정건전성 원칙마저 비틀며 선전선동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송 의원은 "재정은 정말 필요할 때 써야 하는 국가의 최후 안전판"이라며, 나라 살림을 아끼자는 상식을 포퓰리즘으로 비난하는 것은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있을 수 없는 궤변이자 괴벨스식 선동 정치라고 꼬집었다.
결국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포퓰리즘'이라 부르고, 계약대로 돈을 갚으라는 시장의 기본 원칙을 지적하는 것을 '무책임한 선동'이라 모는 정부의 태도는 동일한 왜곡 구조를 띠고 있다. 
더욱이 "빌린 돈은 갚자"는 당연한 상식조차 말하지 못하게 입을 막아버리는 '프레임 정치'가 계속되는 한 성실하게 원칙을 지키는 평범한 서민들의 상실감과 시장의 혼란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 전체에 '빼째라식 문화'가 지배하는 순간, 연체율이 급증하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금리를 올리면서 정상적 상환자들의 부담을 배가시키는 왜곡된 경제적 순환 구조가 자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