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에 사는 이모씨(54)는 아침마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대학을 졸업한 지 3년째인 아들(27)은 오늘도 방 안에서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한때 촉망받는 이공계 전공자였지만 대기업 공채가 사라지고 수시 채용마저 AI(인공지능) 역량검사와 경력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기 버거워졌다.
뉴스에서는 연일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에 수출이 사상 최초로 월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며 호황을 노래하지만 이씨의 가정에 그 온기는 닿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들이 기술 혁신으로 고용을 줄인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씨는 "자식이 만년 백수로 늙어가는 것은 아닌지 부모로서 밤마다 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수출 호황이라는 화려한 불빛 뒤편으로 '고용 없는 성장'의 그늘이 평범한 가정의 안방까지 파고들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하며 경기 회복을 자신했지만 정작 민생의 척도인 고용지표는 거꾸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정부 스스로도 반도체 중심 성장이 가진 한계, 즉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성장이라는 현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 반도체 '1000억불 수출 대박'의 역설… 청년만 노동시장 밖으로
재정경제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0%로 1.0%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경상GDP 성장률 전망도 4.9%에서 12.3%로, 30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AI 대전환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초호황이 이 같은 상향의 핵심 요인이다.
경기 진단도 달라졌다. 재경부는 5월호까지만 해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경기 하방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6월호부터는 "경기 회복 흐름이 공고해지는 모습"이라며 톤을 바꿨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와 소비 등 내수 개선세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 지표도 뜨겁다. 6월 수출은 반도체·컴퓨터·선박 수출 확대에 힘입어 1년 전보다 70.9% 급증한 1022억5000만달러를 기록, 사상 최초로 월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무역수지 흑자도 사상 처음 300억달러를 넘어서며 17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193.0% 급증했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7.6%까지 확대되며 호조를 주도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SI)도 106.6으로 전월보다 0.5포인트(p) 오르며 낙관적인 소비심리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표상 경기 회복과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회복의 온기가 민생 경제로 좀처럼 퍼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에서는 연일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에 수출이 사상 최초로 월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며 호황을 노래하지만 이씨의 가정에 그 온기는 닿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들이 기술 혁신으로 고용을 줄인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씨는 "자식이 만년 백수로 늙어가는 것은 아닌지 부모로서 밤마다 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수출 호황이라는 화려한 불빛 뒤편으로 '고용 없는 성장'의 그늘이 평범한 가정의 안방까지 파고들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하며 경기 회복을 자신했지만 정작 민생의 척도인 고용지표는 거꾸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정부 스스로도 반도체 중심 성장이 가진 한계, 즉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성장이라는 현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 반도체 '1000억불 수출 대박'의 역설… 청년만 노동시장 밖으로
재정경제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0%로 1.0%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경상GDP 성장률 전망도 4.9%에서 12.3%로, 30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AI 대전환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초호황이 이 같은 상향의 핵심 요인이다.
경기 진단도 달라졌다. 재경부는 5월호까지만 해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경기 하방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6월호부터는 "경기 회복 흐름이 공고해지는 모습"이라며 톤을 바꿨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와 소비 등 내수 개선세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 지표도 뜨겁다. 6월 수출은 반도체·컴퓨터·선박 수출 확대에 힘입어 1년 전보다 70.9% 급증한 1022억5000만달러를 기록, 사상 최초로 월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무역수지 흑자도 사상 처음 300억달러를 넘어서며 17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193.0% 급증했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7.6%까지 확대되며 호조를 주도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SI)도 106.6으로 전월보다 0.5포인트(p) 오르며 낙관적인 소비심리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표상 경기 회복과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회복의 온기가 민생 경제로 좀처럼 퍼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반도체는 잘 나가는데 고용은 바닥, 한국경제의 두 얼굴
국가데이터처가 내놓은 '6월 고용동향'을 보면 문제의 실체가 드러난다.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5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6만3000명 느는 데 그쳤다. 5월 감소에서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올해 1~3월 10만~20만명대 증가 폭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한 수치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9만7000명 감소해 44개월 연속 후퇴했다. 같은 기간 청년 고용률은 전년 동월보다 1.7%포인트 떨어졌고, 실업률은 0.9%포인트 올라 청년 고용시장의 부진이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주요 고용 창출 업종인 제조업과 건설업의 장기 부진도 겹악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9만7000명 줄어 2년 연속 감소했고 건설업도 6만7000명 줄어 2년2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왜 수출은 호황인데 고용은 이 모양일까. 빈현준 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현재 수출이 좋지만 다른 제조업종보다 취업유발효과가 낮은 반도체 중심 수출이어서 고용에 미친 긍정적 영향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구조인 탓에 호황의 온기가 고용과 내수까지 미치는 데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AI 확산도 청년 고용시장을 위축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챗GPT 출시 이후 최근 3년(2022년 7월~2025년 7월)간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만 청년층 일자리 21만1000개가 사라졌다. AI 확산과 청년 고용 둔화가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AI가 청년층 일자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체감 지표는 더 심각하다. 취업 주력 연령대인 25~29세 실업률은 7.0%로 1.3%p 뛰었고 대졸 이상 실업자도 4만9000명 늘었다.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 취업준비생 등까지 포함한 청년 확장실업률은 16.4%로, 2023년 1월(16.9%)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확장실업률은 청년들이 노동시장에서 실제로 체감하는 고용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청년층이 노동시장 밖으로 서서히 밀려나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국가데이터처가 내놓은 '6월 고용동향'을 보면 문제의 실체가 드러난다.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5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6만3000명 느는 데 그쳤다. 5월 감소에서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올해 1~3월 10만~20만명대 증가 폭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한 수치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9만7000명 감소해 44개월 연속 후퇴했다. 같은 기간 청년 고용률은 전년 동월보다 1.7%포인트 떨어졌고, 실업률은 0.9%포인트 올라 청년 고용시장의 부진이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주요 고용 창출 업종인 제조업과 건설업의 장기 부진도 겹악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9만7000명 줄어 2년 연속 감소했고 건설업도 6만7000명 줄어 2년2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왜 수출은 호황인데 고용은 이 모양일까. 빈현준 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현재 수출이 좋지만 다른 제조업종보다 취업유발효과가 낮은 반도체 중심 수출이어서 고용에 미친 긍정적 영향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구조인 탓에 호황의 온기가 고용과 내수까지 미치는 데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AI 확산도 청년 고용시장을 위축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챗GPT 출시 이후 최근 3년(2022년 7월~2025년 7월)간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만 청년층 일자리 21만1000개가 사라졌다. AI 확산과 청년 고용 둔화가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AI가 청년층 일자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체감 지표는 더 심각하다. 취업 주력 연령대인 25~29세 실업률은 7.0%로 1.3%p 뛰었고 대졸 이상 실업자도 4만9000명 늘었다.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 취업준비생 등까지 포함한 청년 확장실업률은 16.4%로, 2023년 1월(16.9%)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확장실업률은 청년들이 노동시장에서 실제로 체감하는 고용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청년층이 노동시장 밖으로 서서히 밀려나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 정부, 고용 회복 카드 꺼냈지만… 단기 해소는 '글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청년층과 제조·건설업 일자리 회복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만개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 목표부터가 2030년을 겨냥한 중장기 과제여서 단기간 내 고용시장을 회복시키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이 중 절반이 민간 고용 확대에 의존한다는 점도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를 더한다.
정부는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형일 재경부 1차관과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전담반(TF)을 열고 가칭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을 3분기 중 마련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AI데이터센터·피지컬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첨단산업·청년 선호 분야에서 2030년까지 전문인력 20만명 이상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양질의 민간·공공 일자리 20만개 이상을 발굴하고 구직부터 채용·입직·성장에 이르는 노동시장 참여 단계별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세부 정책과제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제조·건설업 등 최근 고용이 부진한 업종에 대해서는 동향과 원인을 분석해 업종별 가용 정책 수단을 총동원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관련 논의는 일자리전담반과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술 진보로 고용이 줄어들고 중국의 추격으로 반도체를 제외한 전 산업에서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노동 환경이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수출액이 매달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이씨의 아들 같은 청년들은 여전히 방 안에서 서류 전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그려내는 화려한 성장 곡선이 이들의 삶에도 닿을 수 있을지는 정부가 3분기에 내놓을 세부 대책의 실효성에 달려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청년층과 제조·건설업 일자리 회복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만개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 목표부터가 2030년을 겨냥한 중장기 과제여서 단기간 내 고용시장을 회복시키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이 중 절반이 민간 고용 확대에 의존한다는 점도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를 더한다.
정부는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형일 재경부 1차관과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전담반(TF)을 열고 가칭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을 3분기 중 마련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AI데이터센터·피지컬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첨단산업·청년 선호 분야에서 2030년까지 전문인력 20만명 이상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양질의 민간·공공 일자리 20만개 이상을 발굴하고 구직부터 채용·입직·성장에 이르는 노동시장 참여 단계별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세부 정책과제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제조·건설업 등 최근 고용이 부진한 업종에 대해서는 동향과 원인을 분석해 업종별 가용 정책 수단을 총동원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관련 논의는 일자리전담반과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술 진보로 고용이 줄어들고 중국의 추격으로 반도체를 제외한 전 산업에서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노동 환경이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수출액이 매달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이씨의 아들 같은 청년들은 여전히 방 안에서 서류 전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그려내는 화려한 성장 곡선이 이들의 삶에도 닿을 수 있을지는 정부가 3분기에 내놓을 세부 대책의 실효성에 달려 있다.